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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병원 주식회사'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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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치과를 병원이 아닌 웰빙 공간으로 만들겠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예치과' 포럼에서 박인출(朴仁出)대표는 "의료 개방시대를 맞아 현 병원체계로는 국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치과가 찾은 해법은 '수익구조 다변화'다. 병원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익사업체로 바꾸고, 주식회사형 병원의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사업에도 나섰다.

◇병원 체인점으로 코스닥 간다='예치과'의 프랜차이즈를 담당하고 있는 메디파트너는 경영과 의료를 분리한 미국식 병원 모델 구축에 나섰다. 메디파트너는 스파.헬스케어.주차대행.와인바 운영 등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하는 것은 물론 홍보.재무관리.리스업무 등을 총괄한다. 가맹점의 의사는 환자 진료만 맡는다.

이를 위해 메디파트너는 산하 50여개 병원을 하나의 지주회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별 병원의 원장들은 메디파트너의 주식을 매입하고, 메디파트너가 의원의 영업권과 의료시설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예네트워크' 내의 각 병원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다는 구상이다. 경영을 책임진 메디파트너는 병원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고, 의사들은 지주회사의 주가 상승을 통한 평가차익이나 배당수익을 거둘 수 있다.

현행 의료법상 영리법인의 병원 설립은 불가능하지만 내년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허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메디파트너는 새로운 법이 시행되는 대로 지주회사 구축 및 코스닥 등록을 하기 위해 삼성증권과 주간사 계약을 하고 실사에 들어갔다. 앞으로는 대기업의 병원사업 진출과 병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OCA 같은 병원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병원도 중국 진출 러시=지난 23일 베이징시 차오양구(區)에서는 SK차이나와 국내 5개 병원이 중국 측과 합자한 SK아이캉(愛康) 병원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이 병원에는 새빛안과.유니온이비인후과.초이스피부과.탑성형외과.강남예치과 등이 파트너로 참여했다.

SK아이캉 병원 최창익 대표는 "10년 안에 병원 수를 5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진료뿐 아니라 의료장비와 의약품 수출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영리법인도 의료산업에 진출할 수 있어 세계 각국의 유수한 병원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고급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중국 부유층과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주 고객이다. 진료는 주로 한국 의사들이 담당하고 통역이 가능한 중국인 간호사가 환자를 돌본다.

지난해 8월에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마리아병원.이지나치과.조이비뇨기과.클린업피부과 등이 진출해 진료와 현지 의료진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고운세상피부과.우리들병원.BK성형외과 등도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마리아병원 안종남 부원장은 "진료비는 중국 내 다른 병원에 비해 두세배 정도 비싸지만 중국 각지의 환자들이 시험관 아기 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온다"며 "최첨단 시설과 고급 인테리어, 맞춤식 서비스에 중국 환자들이 감동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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