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간첩 원정화 “김정일 돈 관리 대흥총국 최고위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4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공개된 위장 탈북 간첩 김동순의 조선노동당 당원증. 김동순은 간첩 원정화의 계부다. [뉴시스]

 여간첩 원정화(34)가 의붓아버지 김동순(63)이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흥총국의 고위 간부라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39호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곳이다.

검·경·군·국정원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는 4일 “원정화가 의붓아버지 김동순이 대흥총국의 최고위급 간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동순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의 집에서 대흥총국의 무역 관련 서류가 나왔다”며 “그와 대흥총국의 관계를 다각도로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김동순을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대흥총국은 농수산물 무역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는 곳이다. 미국이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계좌 동결 조치를 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성총국(39호실 산하 무역 기관)과 함께 거래 계좌를 개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순은 북한에서 1989년 1월~92년 5월 만년보건총국의 함경북도 계획과장으로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만년보건총국은 강장제 ‘천궁백화’처럼 전통 약재를 활용한 건강식품을 개발해 외화벌이를 하는 기관이다.

합동수사본부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김동순은 남파 직전인 2006년 4월 북한 단둥무역대표부 부대표로 위장한 국가보위부 요원 김교학에게서 ‘회장님’으로 불리며 성대한 접대도 받았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김동순이 39호실과 관련된 일을 해 왔을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순은 평양미술대 출신으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사돈이라고 진술했다. 그의 누나의 딸이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의 부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북한 혁명박물관 공사 등에 참여해 훈장을 받기도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순의 서울 중계동 집에서는 북한 노동당원증이 발견됐다. 수사본부는 그가 2006년 탈북자로 위장해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통해 입국한 이후 중국에서 이를 소포로 부쳐 반입했음을 확인했다. 그는 “국정원에 제출하려 가져왔다가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간첩 원정화에게 북한산 냉동 문어와 옻, 고사리 등 9억7000여만원어치의 농수산물을 제공하며 간첩 활동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 송화미술원 창작사들의 그림 40여 점(6500달러 상당)도 보냈다.

또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위원장인 북한민주화위원회를 찾아가 황 전 비서의 거처를 파악하려고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6월 초 이 단체 간부를 만나 “황 전 비서의 사무실이 서울 영등포 인근에 있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달 체포되기 직전에 최근 출범한 반북단체 ‘NK지식연대’의 학술지원팀장을 맡는 등 황 전 비서를 접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