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界 민영화대상 주요 公기업 인수 물밑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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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재계가 민영화대상 주요 공기업을 겨냥한 물밑경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7일 『공기업의 과감한 경영혁신과 민영화방안을 8월말까지 마련하라』고 전격 지시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공기업 민영화가 수면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출.순익.자산규모등에서 우량기업이 많아 개인휴대통신(PCS)등 신규통신사업권 획득을 능가하는 치열한 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그룹들은 아직 정부의 민영화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만큼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드러내진 않고 있으나 내심 인수가능한 공기업 선정가능성을 따지는 분위기다.
또 정부가 경제력집중을 막기위해 특정기업에 맡기지않고 컨소시엄 형태로 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재계에 또 다시 짝짓기 붐이 일 가능성도 있다.
가장 관심이 높은 공기업은 한국중공업과 가스공사 2개사.주요그룹마다 인수를 희망해 최대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한중은 지난해 2조1천9백64억원 매출에 1천억원이 넘는 순익을 올린 대형 우량기업.삼성.대우.LG.쌍용.한라그룹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비서실 기획팀과 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인수참여를 검토중인데 한중을 인수할 경우 기존의 삼성중공업등과 함께 주력업종의 하나인 기계.중공업분야의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박용 엔진등을 만들고 있는 쌍용과 해외발전소 건설및 해외조선등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대우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공업분야가 약한 LG그룹은 한중의 발전설비를 인수하면 기존의 LG산전.전선과 함께 전기분야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라는 한중 전신인 현대양행 시절의 연고권을 내세우면서 기획실 사장을 팀장으로 한 인수팀까지 이미 구성해놓은 상태.
가스공사도 지난해 매출 1조5천여억원,순이익 2천여억원을 올린 대형기업인데다 대체에너지 확보차원에서도 유망업체로 꼽히고 있다. 삼성.현대.LG.대우.선경등 5대그룹이 모두 인수를 희망하고 있으며 쌍용.한화.대림등 계열 정유.화학업체가 있는 그룹들과 포철까지 가세할 것으로 보여 혼전이 예상된다.
담배인삼공사는 대표적 전매.독점기업으로 지난해 3조3천억원 매출에 2천여억원의 이익을 내는등 영업구조가 건실한데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있는 것이 강점.식품.유통사업등에 관심이 있는선경.제일제당.두산.롯데그룹등이 인수물망에 오르 고 있으나 아직 본격화되지는 않고있다.남해화학.새한종금등도 삼성.현대.LG등 「빅3」를 중심으로 관심업체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재계는 그동안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계획을 세웠다가 늦춰오곤 했던 과거의 전철을 이번에는 다시 밟지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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