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기업,민영화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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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8월말이라는 구체적인 시한을 정해 공기업민영화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이번에는 무엇인가 진행될까하는 기대와 동시에 역시 말의 성찬이 될지 모른다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金대통령이 나웅배(羅雄培)부총리에게 93년도에 만든 공기업경영쇄신방안을 보완,발전시키라고 지시한 것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93년이후 진행된 민영화실적에 대한 대통령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대통령이 관 계부처가 이분야에서 제대로 할 일을 안했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대통령이 정부 각 부처장관,그리고 공기업책임자들에게 방어적이고 부처이기적인 자세를 버리라고 지시한 것은 이른바 복지부동(伏地不動)에 대한 경고성 지시인 것이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공기업의 민영화와 경영혁신이 늦어져 쓸데없는 노사분규도 발생한다는 확대해석도 가능하다.공기업경영층은 관계부처의 여전한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책임경영풍토가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그 결과 공기업의 노사불안은 협상 주체가 명료하지 않아 기업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바로 정부와 종사자간의 대립으로 연결되곤 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민영화방침이 암초에 부닥친 것은 경제력집중에 대한 우려와 증시침체등 현실문제를 모두 고려하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기때문이다.국민주방식의 민영화도 증시침체기에는 비현실적이다.정부가 나서서 실천에 옮기려 하면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가 끊이질 않고,잘못되면 책임문제만 나오니 관계공무원들이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따라서 대통령의 강력한 질책이나 지시만으로는 민영화가 쉽게 이뤄질 수 없게 돼있다.
민영화 추진의 성패는 앞으로 정부가 찾을 수 있는 대안여부에달려있다.여기서 이슈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공기업을 살리는 것이우선이다.그렇다면 민영화만이 방법이다.퇴직관료나 특정 정치집단의 일자리확보가 공기업의 존재이유가 될 수 없 다.공기업경영평가의 가장 효과적인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민영화만이 공기업의 생존방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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