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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 못 지키면 선거 패배” 공화당·매케인 전방위 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은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가 페일린을 버리는 순간 선거에서 이길 확률은 제로(0)가 될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교수인 래리 사바토는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페일린과 가족을 둘러싼 문제가 자꾸 노출되고, 그것이 매케인의 판단력에 대한 의문 제기로 연결됨에 따라 매케인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공화당과 매케인 진영이 2일 페일린 보호에 총력전을 전개한 건 그 때문이다. 매케인은 오하이오주 등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페일린 검증 과정은 철저했으며, 결과에 만족한다”고 강조했다. 페일린의 고교생 딸 브리스톨(17)의 임신 문제나 남편의 20년 전 음주운전, 알래스카주 경찰청장 해임을 둘러싼 페일린의 권력 남용 의혹 등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고,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매케인은 “나는 페일린과 함께 봉사하길 고대한다”며 “미국 국민은 내일 밤 (전당대회장에서 연설할) 페일린을 보고 흥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스톨의 남자 친구인 레비 존스턴(18)은 둘이 결혼할 사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3일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전당대회장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알려졌다.

매케인 참모들도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서 컬버하우스 변호사 등 참모들은 “페일린을 검증하기 위해 ‘성 매매를 한 적이 있느냐’ ‘불륜을 한 적이 있느냐’ ‘포르노를 컴퓨터로 다운로드한 적이 있느냐’ ‘마약을 한 적이 있느냐’는 등 70가지의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실히 응답한 페일린에게서 문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페일린의 딸 임신 사실을 언론이 부당하게 이용해서는 안 된다”며 “그건 페일린 가족의 사적인 문제라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NYT)는 2일 “알래스카주의 공화당 핵심 관계자들은 매케인 진영으로부터 페일린 검증을 요청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말한다”며 “페일린과 관련한 잇따른 폭로는 매케인이 러닝메이트를 지명하기 전 검증을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는 의문을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또 2일 페일린이 한때 알래스카 독립당(AIP) 당원이었다고 보도했다가 다음날 이를 정정하기도 했다. AIP는 알래스카에 있는 연방 소유 영토를 알래스카에 반환하라고 주장하는 정당이다. NYT는 3일 AIP 간부의 말을 인용, “당원 명부를 확인해 본 결과 페일린이 당원이었다는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매케인 측은 “페일린의 남편은 AIP에 가입한 적이 있지만 페일린은 아니다”라며 “오바마 측의 흑색선전으로 NYT 보도 같은 게 나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페일린의 공화당원 증명서 사본을 공개했다.

페일린은 1일 밤 세인트폴에 도착했으나 어떤 행사장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그는 3일 밤으로 예정된 후보 수락 연설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관계자는 “페일린의 연설은 역대 어떤 부통령 후보의 연설보다 관심을 끌 것”이라며 “그의 연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어떠냐에 따라 선거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세인트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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