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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USI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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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5월 3세대(3G) 휴대전화 단말기의 잠금(USIM 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소비자가 이동전화회사를 바꿔 가입하더라도 기존 단말기를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SK텔레콤에서 KTF로 옮겼다고 가정하면 KTF에서 USIM 카드만 사서 기존 단말기에 꽂으면 됩니다. USIM이 뭐기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USIM은 모바일 신분증=USIM은 ‘범용가입자인증모듈(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의 약자입니다. 스마트카드의 일종으로 사용자의 정보를 담은 작은 메모리칩입니다. SD카드 모양의 이 칩에 이동통신 가입자 정보와 전화번호, 문자메시지 등을 담아놓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대신할 일종의 모바일 신분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영상통화 서비스로 잘 알려진 WCDMA 방식의 3세대(G) 이동통신이 제공되면서 USIM 카드가 도입됐습니다. 그 전에는 휴대전화 단말기에 내장된 메모리에 사용자 정보를 담았습니다.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이동통신 대리점에 가면 컴퓨터를 이용해 뭔가를 한참 입력했죠. 그 과정이 휴대전화에 사용자 정보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해지하면 이 정보가 삭제되고 해당 단말기는 ‘미등록 단말기’라는 표시가 뜨면서 통화가 안 됩니다. 다시 쓰려면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USIM은 이 같은 사용자 정보를 메모리카드에 담아놓은 것입니다. 휴대전화 단말기에 꽂기만 하면 사용자 정보를 자동으로 읽어내기 때문에 서비스 회사를 바꿀 때마다 대리점을 찾아가 등록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습니다.

유럽에서는 이 서비스를 2세대 이동통신부터 적용했습니다. ‘가입자인증모듈(SIM)’ 카드를 단말기 전용 슬롯에 끼워넣는 것이지요. 최초의 SIM 카드는 1991년 독일의 스마트카드 제조사가 만들었다고 해요. 지갑 속에 들어가는 이 카드만 있으면 다른 나라로 출장 갈 때 단말기만 빌려 자기 것처럼 쓸 수 있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SIM 카드는 신용카드처럼 생긴 제품과 디지털카메라에 들어가는 SD카드 형태의 제품 등이 있습니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것은 후자입니다.

국내에서는 3G 이동통신에 USIM 기능이 들어갔는 데도 한동안 이동통신 사업자 간에 호환이 되지 않았습니다. KTF 단말기는 SK텔레콤의 USIM 카드를 읽지 못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방통위의 결정 이후 USIM 잠금이 해제된 단말기가 나오면서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SK텔레콤용으로 선보인 ‘애니콜 미니멀II(SCH-W460)’는 KTF의 USIM 카드도 쓸 수 있습니다. 올해 안에 스카이 등에서 몇 종류가 더 나올 예정입니다.

◆휴대전화가 만능 지갑으로=USIM의 기능에서 번호이동이나 해외로밍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정도는 기본입니다. 여러 이동통신업체에 가입한 뒤 휴대전화 한 대에 USIM 카드를 돌려쓸 수 있습니다. 가령 음성과 메시지는 A사가 싼데 무선인터넷 이용은 B사가 편하다면 평소에는 A사의 USIM을 꽂아 쓰다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만 B사 카드로 바꾸면 됩니다. 여행을 갈 때 카메라 기능이 뛰어난 휴대전화 단말기를 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지역마다 통신사가 다르고 선불요금제가 발달한 유럽이나 러시아 등에서는 이런 일이 일상적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러시아에서 팔고 있는 ‘듀오스 폰’은 2개의 SIM 카드를 끼워 그때그때 통신사를 고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장점 덕에 600달러가 넘는 고가에도 50만 대 이상 팔렸다고 해요.

USIM 카드는 신용카드와 은행 업무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달 안에 USIM 뱅킹 표준을 만들 예정입니다. 증권과 멤버십 서비스까지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 2G 단말기에서 쓰던 반도체(IC) 칩을 내장한 모바일뱅킹 방식에서 더 나아가 USIM을 활용하는 방식이라 단말기를 바꿔도 금융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는 USIM에 계좌 하나만 탑재할 수 있었지만 표준이 생기면 10여 개 이상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은행업무뿐 아니라 백화점이나 주유소 멤버십, 교통카드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갑이 없어도 휴대전화 단말기만으로 모든 지불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한편 3G 서비스로 WCDMA 방식을 채택하지 않은 LG텔레콤은 USIM 카드 대신 전용 스마트칩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USIM 카드와 달리 다른 단말기에 끼워서 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뱅킹·신용카드·증권·멤버십·교통과 관련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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