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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가 몰려온다 ①] 수입차 1위 각축전

중앙일보

입력

일본차가 거센 파도처럼 몰려 온다.

2001년 한국에 진출한 도요타는 렉서스 브랜드로 불과 3년만에 수입차 시장 선두로 올라섰다.2007년 1등이라는 목표를 4년이나 빨리 앞당긴 셈이다. 또 혼다자동차는 다음달 10일 신차를 발표한다.세계적인 중형차 '어코드'다.미국 시장에서 매년 판매 1,2위를 다투는 어코드는 지금까지 1300만대 이상 팔렸다.

어코드는 국산차와 본격 대결을 알리는 신호탄이다.가격대가 3천4백만(2400㏄)~4천만원(3000㏄)으로 같은 배기량의 현대차 뉴 그랜저XG 보다 불과 10~20% 정도 비싸다.지금까지 수입차 시장은 5천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중형차가 주류였다.일본차 상륙의 현상과 문제점 등을 시리즈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혼다는 한국 수입차 시장 1등이 목표다.'언제 달성하느냐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자신감이 넘쳐 있다.철저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입에서 "혼다 차 사길 잘 했어"라는 말이 나오면 바로 1등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혼다 후쿠이 다케오 사장은 "한국 수입차 시장 1등이 목표"라며 "세계 최초의 직립형 로보트 아시모,제트기 엔진 개발 등 앞선 혼다의 기술력과 서비스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빅3'의 마지막 주자인 닛산은 지난달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내년 상반기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를 시판하겠다고 한다.닛산은 99년 르노에게 인수된 이후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완전 흑자 기업으로 탈 바꿈 한 뒤 한국에 들어오는 셈이다.올해 1분기 인피니티는 미국 시장에서 30%에 가까운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닛산은 르노삼성과의 기술 이전 기존 협약 관계로 관심을 모았지만 닛산코리아는 완전히 별도법인으로 진출,판매망도 따로 가져갈 계획이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커진 1만9462대였다.아직은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에 불과하다.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성장 잠재력 만큼은 누구도 무시 못한다.올해 1분기 국산차가 내수 침체로 고전하는 동안 수입차는 시장 점유율을 3%대 까지 끌어 올렸다.

수입자동차협회에선 수년내 국내 시장의 5%(약 6만대) 정도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차 각축= 도요타의 렉서스는 부동의 수입차 1위 BMW를 넘어섰다.4가지 판매 모델로 20여종에 달하는 풀 라인업을 갖춘 BMW와 1등을 다툰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이제 남은 관심사는 혼다와 닛산이 언제 한국시장에 자리를 잡느냐다.

혼다는 어코드 이외에 올 하반기 소형SUV CR-V를 들여 온다.싼타페의 경쟁차다.내년에는 '일본에서 없어서 못판다'는 미니밴 오디세이,고급스포츠카 NSX.S2000을 차례로 검토하고 있다.

혼다는 5월말 두산 딜러를 시작으로 11월까지 KCC정보통신.IW네트워크.일진 등 4개 딜러의 판매점을 차례로 오픈한다.올해 1000대를 시작으로 수년내 1만대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판매법인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부품 공장을 지을 것도 고려하고 있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올해 최소 1000대 이상 판매는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는 판매 보다 서비스 분야 만족도 조사에서 1등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일본차 업체들은 시장이 있다고 해서 확 달려들지 않고 완벽히 시장을 조사한뒤 서서히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며 "지난 1999년 수입선 다변화 조치 해제 이후 한국을 준비해 온 일본 업체들이 이제서야 상륙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닛산은 아직 공식적으로 한국시장에 내놓을 차종을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도요타 렉서스 처럼 고급 브랜드로 평가 받는 인피니티와 컨버터블 스포츠카의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인피니티는 렉서스보다 값이 5% 정도 싸고 옵션이 다양한 게 장점이다.모델은 대형차인 Q45(일본명 시마), 중형차 M45(세드릭), 준중형이며 스포츠 스타일인 G35(스카이라인), I35 등 세단과 FX35, FX45 등 SUV를 갖췄다.

◇국산차 시장 영향은= 일본차가 순식간에 한국시장을 대폭 빼앗을 가능성은 아직 작다.하지만 시간이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일단 지난해 렉서스 돌풍으로 일본차 이미지가 좋아졌다.여기에 가장 우려했던 반일 감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코드는 국산차 가운데 현대차 그랜저XG,기아차 오피러스와 맞붙는다.어코드 2400cc의 경우 3400만원 정도에 가격이 결정 될 것으로 보여 2700만~3000만원대인 두 차와 가격대가 비슷하다.그랜저XG시장은 올해 약 5만대 규모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어코드는 미국 시장에서 누계 판매대수가 800만대가 넘고 세계 시장에서 품질과 안전성을 검증 받은 차"라며 "품질과 기술 개발 등 일본차 수준을 따라 잡지 못했다가는 봇물 터지듯 판매가 급신장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성능은 어느 쪽이 좋을까.전문가들은 승차감은 국산차가,주행 성능은 어코드가 한수 앞선다는 평을 한다.실내 디자인과 옵션에선 막상막하라는 분석이다.연비의 경우 어코드가 30% 정도 우위다.이 점이 큰 격차다.

일본차가 한국시장을 잠식하느냐의 또다른 중요한 변수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내년 말까지 예정대로 체결될 경우 상당한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현재 수입관세는 8%다. 관세가 없어질 경우 판매가격은 각종 세금을 합쳐 계산해보면 최고 15%까지 떨어질 수 있다. 2400cc급 어코드가 무관세 적용을 받으면 그랜저XG와 비슷한 가격이 된다.

렉서스 ES300은 5500만원대에서 5000만원 이하로,LS430은 1억1000만원대에서 9000만원까지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벤츠.BMW 등 독일차가 주도하는 수입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일본 '빅3'인 도요타.혼다.닛산이 무너트릴 가능성이 높아 진다는 얘기다.

도쿄=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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