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의원총회 스케치-파행국회 장기화 서로"네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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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는 12일에도 서로 상대방에 책임을 미루는 공방만 벌인 채 원구성에 실패했다.더구나 이날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대방만 비난하는 바람에 의장없는 국회의 표류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자민련 김허남(金許男)의원이 사회권을 중간에 포기한 뒤 본회의는 지난 5일 이후 매일 반복된 것처럼 야당이 신한국당의 김명윤(金命潤)의원 등단을 가로막는 것으로 끝났다.24명 여야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자기당 총 재를 비난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고함과 야유가 이어지는 한편의 코미디를연출했다.
…김허남의원이 국회를 떠난 뒤 오후6시에 속개된 본회의는 다음번 고령자인 김명윤의원이 임시의장으로 등단을 시도했으나 야당의원들은 김허남의원의 등단 때와는 달리 회의 진행을 저지.金의원은 어느 때보다 강경한 어조로 야당의원들을 질타 했으나 막무가내. 金의원은 정회까지 선언해가며 의장석 등단을 시도했으나 야당의원들이 계속 몸으로 막자 밤10시15분쯤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13일 다시 본회의를 열 것을 선언.
의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가자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는 신한국당 서청원(徐淸源)총무에게 다가가 『5일간 휴회하고 협상을 좀 더 하자』고 제의.그러나 徐총무는 『명분없는 휴회는 할수 없다』며 『내일(13일) 다시 원구성을 강행 하겠다』고 강경입장을 통고.
…이에 앞서 본회의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신상발언에 나선 신한국당 김재천(金在千)의원은 『나보고 협박과 회유에 의해 여당에 입당했다고 하는데 이는 민주화투쟁에 앞서온 나의 명예를 훼손하는 얘기』라며 『야당에서는 당적변경 운운하는데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야말로 당을 깨고나와 신당을 만든 장본인이 아니냐』며 야당에 직격탄.특히 신한국당 박희태(朴熺太)의원은 『야당은 장외지도부(김대중총재)가 원격조종하는 「리모컨 정치」를 그만 두라』며 『원상회복을 요구하려면 국민회의 의원들은 민주당으로 돌아가 민주당 교섭단체부터만들어줘라』고 독설을 퍼부어 의석이 소란.
국민회의 김민석(金民錫)의원은 『신한국당엔 안가겠다던 의원이지구당간부가 선거법위반으로 구속되자 입당했는데 이를 압력이라고보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박.자민련 이원범(李元範)의원도 『국회파행 원인은 양金(김대중.김종필총재)을 끌 어안고 함께 죽겠다는 저 멀리 있는 또다른 한 金씨의 지략 때문』이라며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겨냥.
정선구.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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