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 한국에 각별한 호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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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지난달 31일 미주리주 오팔런에서 유세가 끝난 뒤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페일린 후보는 알래스카 한인 행사에 참여하는 등 평소 한국에 대해 각별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팔런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깜짝 선택된 세라 페일린(44) 알래스카 주지사는 한국에 대해 각별한 호감을 갖고 지식을 갖춘 친한파로 밝혀졌다. 김희철 주알래스카 영사사무소(출장소) 소장은 1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페일린은 ‘한국-알래스카 친선의 날’을 자진 선포하고 한인사회 행사에도 직접 참가하는 등 한국에 각별한 호감을 갖고 있다”며 “본인도 몇 달 안 되는 소장 재임 기간 중 세 차례나 페일린 주지사를 만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알래스카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지만 교민 수는 일본(700여 명)의 열 배인 7000여 명에 달한다”며 “알래스카에 영사관을 둔 나라도 일본과 캐나다를 제외하면 한국뿐이어서 페일린의 애착이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일린은 6월 20일 영사사무소가 개관 기념 행사를 개최하자 이날을 ‘한국-알래스카 친선의 날’로 선포했다. 김 소장은 “우리가 먼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페일린이 자진해 선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페일린은 친선의 날 선포 기념사에서 “한국은 40년 넘게 알래스카의 주요 교역 파트너였다”며 “지난해 알래스카가 한국에 수출한 액수만 7억 달러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알래스카와 미국 본토, 한국을 잇는 매우 중요한 항로를 취항해 왔고 알래스카 거주 한인들이 지역 경제와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도 엄청나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 기념사는 알래스카 주지사 홈페이지(gov.state.ak.us)에 실려 있다.

페일린은 이어 6월 28일 알래스카 한인회가 한글학교 기금을 모으기 위해 연 골프대회에 초청되자 기꺼이 참석했다. 그는 카트를 타고 모든 홀을 돌며 70여 한인 참가자를 격려하고 기념촬영도 했다고 김 소장은 전했다. 김 소장은 “페일린은 행사 뒤 ‘주지사는 골프를 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함께 운동하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내년에도 18홀 전부를 돌며 한인 여러분을 만나겠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알래스카에는 멕시코(1만7000여 명)·필리핀(1만여 명) 등 여러 나라 교민이 있지만 페일린 주지사가 교민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 한인 행사가 처음으로 안다”며 “그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페일린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에도 한인사회에 축하메시지를 보내면서 “한국과 알래스카는 아주 긴밀한 관계”라고 강조했다고 김 소장은 전했다. 지난해 초 한국 정부가 1999년 이래 폐쇄해 온 알래스카 영사관을 재개관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하자 페일린은 즉각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태식 주미대사에게 편지를 보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이어 지난해 8월 24일에는 자신의 명의로 영사사무소 재개관 축하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김 소장은 가까이서 본 페일린에 대해 “‘강골 여장부’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불도저형 정치인”이라며 “알래스카의 천연가스를 미국 본토에 공급하는 길이 8000여㎞의 파이프라인 건설을 목표로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오다 부통령 후보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이어 “페일린은 대형 스폰서나 로비스트의 힘을 전혀 빌리지 않고 주민들의 자발적 선거조직에만 의존해 당선된 풀뿌리형 정치인”이라며 “그 자신도 이 점을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페일린은 미국의 교역과 외교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피부로 알고 있는 드문 정치인인 만큼 11월 4일 대선에서 승리해 부통령이 되면 한·미 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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