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한복 저고리는 청바지와도 어울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 채금석 교수가 고려시대 귀부인의 삼작저고리를 고증한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복을 '예쁘고 입기 편한 옷'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저고리는 서양의 재킷처럼 어느 옷에든 어울리기 때문에 현대복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우리 저고리 2000년'전시회를 여는 숙명여대 의류학과 채금석(蔡今錫.52)교수. 숙대에 부임한 뒤 10년간 줄곧 우리 옷을 연구해 온 그는 지난 1년간 석.박사 과정의 제자 19명과 함께 손끝이 까지도록 바느질하고 색을 입혀 만든 저고리 80여점을 선보인다. 그 중 60점은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이 실제로 입었던 저고리를 고증해 제작한 것이고, 나머지 20여점은 저고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지금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은 서구의 전통의상이 현대화한 것입니다. 우리 저고리도 요즘 젊은이들이 입지 말라는 법이 없죠. 하지만 전통 한복이나 기존의 생활 한복은 각기 불편하고,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아온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蔡교수는 고증한 작품을 통해서는 저고리 고유의 아름다운 스타일을, 창작품으로는 저고리가 청바지나 정장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편안한 옷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숙대에서 의류학 석.박사를 마친 뒤 미국 뉴욕주립대 패션공과대에서 수학한 그는 "서양 패션계가 디자인의 한계에 부닥치며 일본.중국의 전통 의상을 본뜬 옷을 만드는 것을 본 뒤 한복도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패션의 흐름이 비서구적인 쪽으로, 각 민족의 독특한 전통 복식을 되살리는 쪽으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우리도 한복을 현대 생활에 맞게 재창조할 수 있다면 일본의 겐조나 이세이 미야케 같은 유명 디자이너도 길러낼 수 있을 거예요."

蔡교수는 "이번 전시회에 내놓을 빨간색 누빔 저고리를 보고 20대인 딸이 '너무 예쁘다. 입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 한복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고 즐거워 했다.

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