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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차량유지비 준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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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특유의 언변으로 총선 스타로 떠오른 노회찬 민주노동당 총장. 그는 틈만 나면 서울 등촌동 집에서 여의도 당사까지 걸어서 출근한다. 2시간 반 거리다. 다른 민노당 당선자들도 거의 버스나 전철로 출퇴근한다. 권영길 대표만 당 공용차를 이용한다. 魯총장은 26일 "차가 막히면 당사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데 걸어서 출근하면 돈도 안 들고 운동도 되고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원 후에도 가급적 걷겠다. 그래서 검은 운동화도 샀다"고 했다.

이런 민노당 당선자에게 고민 아닌 고민거리가 생겼다. 국회가 개원하면 이들에게 115만여원의 차량유지.유류비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당선자 절반가량은 차가 아예 없고 나머지 절반은 있어도 지방에 있거나 가족들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차종도 아반떼(심상정.이영순).트럭(강기갑).프라이드 베타(단병호) 수준. 그래도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차는 있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아 당선자 대부분이 지방에서 쓰던 차를 쓰거나 중고차를 마련할 계획. 심상정.이영순 당선자는 "쓰던 아반떼를 계속 몰겠다"고 했고, 천영세.노회찬.조승수 당선자는 "중고차를 사겠다"고 한다.

그러나 농민 출신인 강기갑 당선자는 "트럭을 몰고 출퇴근하긴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농사로 빚이 있는 터에 중고차라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들은 전속 운전사 없이 필요할 때만 정책보좌관이 운전을 대신해 주거나 아예 오너로 다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차량 운영비를 어떻게 쓸지는 당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민노당 당선자들은 800여만원의 의원 세비도 당에 내기로 돼 있다. 총선 전인 지난달 말 모두가 "당선되면 노동자 평균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한 까닭이다.

당 관계자는 "나이 및 자녀 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겠지만 민노당 의원들이 받을 월급은 대략 180만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는 세비는 당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당직자나 보좌관들에게는 100만원 내외가 지급되고 있다. 당선자 주변에선 너무 심하지 않으냐는 얘기도 나온다.

단병호 당선자의 측근은 최근 한 당직자에게 "얘들을 대학에 보내야 하는 데다 부인의 야채가게도 안 되는데 180만원으로 살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다.

그러나 당 지휘부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정호.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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