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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띔! 문화 내비게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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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문화는 삶입니다. 그리고 삶은 선택이지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는 ‘어떤 문화적 체험을 할 것인가’와 같은 얘기 아닐까요. 삶의 질을 한단계 높이려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매주 볼 만한, 들을 만한, 그리고 생각할 만한 문화 콘텐트를 골라서 추린 ‘귀띔! 문화 내비게이션’입니다. 중앙일보 문화부가 자신있게 선택한 한 주의 대표 문화 상품과 함께 독자분들의 ‘문화 지수’도 높아지길 기대합니다.

디자인, 날개를 달다

전시
에어 월드:하늘 위 디자인의 모든 것=비상의 욕망, 떠남의 설렘, 이별의 아쉬움. 비행기와 공항은 이 모든 것이다. 여름 휴가를 뒤로 한 가을의 문턱, 대림미술관에 가볼 것을 권하는 이유다. 비행기를 전시장에 펼쳐 놓았다. ‘에어 월드: 하늘 위 디자인의 모든 것’전으로, 독일 비트라디자인미술관의 세계 순회전이다.

발명된 지 100년도 채 안 된 비행기는 짧은 세월 동안 변모를 거듭해왔다. 기술 발전뿐 아니라 항공사 로고, 기내 디자인, 공항 건축, 승무원 유니폼, 기내 식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미적 감각을 탄생시켰다. 기내식은 ‘이 비행기는 난기류에 휘말리지 않아 식사가 가능할 정도’라는 증명으로 도입됐고, 승무원의 시초는 비행에 대한 승객들의 공포를 가라앉히기 위해 30년대 탑승한 간호사들이다. 대량 운반·보관·사용이 편리해야 하는 기내 식기 디자인은 콤팩트함의 극치다. 바구니처럼 엮인 식기나 육각형·마름모꼴로 아귀를 맞춘 식기가 그 예다. 승무원 유니폼 만들기엔 크리스찬 디오르, 랄프 로렌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앤디 워홀이 말했다. “비행기와 공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서비스와 오락, 그래픽과 색채, 최고의 보안검사, 최고의 전망, 최고의 승무원, 그리고 최고의 낙천주의가 있다”고. 비행기와 공항은 현대 기술의 총아일 뿐 아니라 최고 디자인의 집합체다.

- 11월 9일까지. 9월 6일과 10월 4일에는 디자인과 건축 관련 특강.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

-청소년 4000원, 일반 6000원 / 02-720-0667

 미술 담당 권근영 기자



언어유희 보는 재미 ‘킹왕짱’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뽀리 까는’ 놈을 ‘작살’ 내기 위해 ‘x빠지게’ 달린단다.

표현이 좀 험하다. 신문 지면에 대놓고 쓰기 위험한, 이런 말들이 서슴없이 무대에서 뱉어진다. 그런데 그게 웃긴다. 단지 자극적이라서가 아니다. 이유가 있고 맥락이 있으며 타이밍이 절묘하다. 고급스런 유머다.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는 언어의 유희를 보여준다. 오드리 헵번의 주연 영화로도 유명했던 이 작품은 영국 사회의 계급 격차를 풍자한다. 한국인에겐 조금 낯설지만, 영국에선 귀족과 평민이 쓰는 언어가 약간 달랐단다. 말투가, 발음이, 무엇보다 억양이 차이난다. 작품은 길거리에서 꽃을 팔던 하층민 일라이저가 상류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훈련받고, 또 그 와중에 어떤 사고를 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 공연에서 핵심은 번역이다. 영국엔 있지만 한국엔 없는 계급간 언어 장벽(역시 한글의 위대함이여!)을 어떻게 맛깔스럽게 살리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제작사는 은어·속어로 풀었다. 그래서 “쌔가 빠져요” “실실 쪼갠다” “아작을 내다”와 같은 말들이 툭툭 튀어나오며 대략난감한 인터넷 용어도 슬쩍 비친다. 김성기의 널부러진 연기 역시 시너지 효과를 낸다. 단 이런 잔재미에 비해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가 없다는 건 관객의 흥분지수를 낮추는 요소다.

-14일까지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만원∼12만원 / 02-501-7888

공연 담당 최민우 기자



현장에서 직접 듣는‘미궁’

국악
◆황병기 명인의 창작 이야기=가야금 명인 황병기(72)씨가 국악인 중 유난히 유명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경기중·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가야금 연주자로 이름을 날렸다. 특별한 계층의 여흥이었던 국악을 공공의 연주회장으로 끌어내고, 입으로 전해오던 음악을 서양의 오선지에 정리한 것도 그의 공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력은 창작이다. 전해 내려오는 작품만 연주하던 관행을 깨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은 ‘미궁’을 비롯한 수많은 창작곡으로 국악계에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5일부터 매주 금요일 여섯 차례에 걸쳐 열리는 ‘황병기 명인의 창작 이야기’는 첫 작품인 ‘숲(1962)’부터 가장 최근작까지 그의 창작 국악을 모두 훑어보는 시리즈 무대다. 그의 모든 작품이 한 무대에서 연주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황씨가 국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연주자로, 대중에게는 국악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다.

연주는 주로 후배들이 한다. 황씨는 해설을 맡았다. 진지하면서도 해학이 깃든 그의 말솜씨는 최근 국악계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이 첫 작품을 가야금 곡이 아닌 성악곡으로 결정했던 이유, ‘미궁’에 소름끼치는 음향을 일부러 집어넣은 사연 등이 마련됐다. 이 중 ‘미궁’은 직접 연주할 예정이다.

-9월 5일~10월 17일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서울남산국악당

-청소년 1만원, 일반 2만원 / 02-2261-0514

클래식·국악 담당 김호정 기자



한류의 미래 진단

학술
◆건국 60년, 60일 연속강연: 박진영 ‘한류를 넘어 세계로’=활자·TV·인터넷 등 매체의 매개 없이 열린 공간에서 유명인과 직접 나누는 대화는 어떨까.

박진영(36)씨의 강연을 골라봤다. 박진영? 원더걸스를 길러낸 프로듀서이자 JYP엔터테인먼트의 CEO이며 여전히 활동 중인 대중가수, 바로 그 박진영씨다. 그가 3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옆 공원에서 공개강연을 한다. ‘건국 60년, 60일 연속 강연: 역사, 미래와 만나다(www.kunkook60.org)’의 52번째 강사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시작으로 조순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여행가 한비야씨 등 각 분야 인사들이 마이크를 잡은 이곳에서 그는 ‘한류를 넘어서 세계로’에 대해 얘기한다.

지난해 2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한류 강의를 했던 그다. 문화 산업의 최전선에서, 그는 과거의 한류가 아시아를 겨냥해 특정 노래나 배우·가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콘텐트 중심의 마케팅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특정 콘텐트를 넘어 문화 산업 시스템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건국 60년 연속 강연은 모두에게 매일 열려 있는 거리 강연이다. 지금까지 연인원 8000여 명의 청중이, 선동이 아닌 소통으로서의 광화문 거리를 함께했다. 강연 뒤 질의 응답도 자유롭다. 6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화 도시 서울의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밝힌다.

-3일 오후 7시30분~9시30분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정원(우천시 세종예술아카데미)

-무료 / 02-3789-4933

 학술 담당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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