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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 확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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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폭발적인 외국인 매수세 속에 코스닥 시장이 급상승하면서 1999년 이후의 급등 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코스닥 시장은 4년 전과는 전혀 다른 시장으로 변해 있다. 간판주가 전면 세대교체를 이루었고, 시장 주도세력은 개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닷컴주 몰락=1999~2000년 4월 이전 코스닥에는 인터넷과 통신 관련 유.무선 통신장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새롬기술.다음.골드뱅크 등이 간판주로 군림했고, 인터넷과 무관한 기업들도 사명 뒤에 무조건 '. com(닷컴)'을 붙여 투기적 장세를 부채질했다. 특히 새롬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전화를 거는 다이얼패드를 개발해 인터넷과 통신을 결합한 최고의 수익모델로 떠오르며 당시 거래소의 삼성전자로 불릴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들 닷컴 종목들의 주가는 거품 붕괴 이후 90~95%가량 폭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얼굴도 모두 바뀌었다. 지난해 강원랜드.SBS.엔씨소프트.기업은행 등 4개사가 거래소로 옮긴 데 이어 29일에는 코스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KTF(3조8946억원)마저 거래소로 이전한다.

◆제조업체 부상=닷컴 기업이 물러난 코스닥의 간판주 자리에는 제조업체들로 교체됐다. 레인콤.LG마이크론.주성엔지니어링.유일전자.KH바텍 등 시가총액은 크지 않지만 기반이 제조업이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인 NHN과 다음은 수익모델이 확보돼 살아남았다.

이처럼 경쟁력이 검증된 두 인터넷 포털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모두 반도체.액정화면(LCD).휴대전화 관련 등 손에 잡히는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레인콤은 MP3를 만들고 LG마이크론은 평면TV 화면인 PDP 부품을 제조한다. 유일전자는 휴대전화에서 단순하지만 필수적인 부품인 키패드를, KH바텍은 마그네슘을 가공해 단단한 휴대전화 외관재를 만든다.

◆투자환경도 탈바꿈=투자 주체가 개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뀐 것도 코스닥의 주요 변화다. 키움닷컴증권 전옥희 연구원은 "개인이 투자 주체로 나섰을 때는 기업 실적 위주의 펀더멘털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투기적 장세가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실적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개선에 따라 크게 올랐다. 삼성전자가 휴대전화.LCD.반도체 등을 모두 생산함에 따라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실적을 확인해 가면서 코스닥에서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한달 사이 100%가량 올랐고, LCD 관련 업체인 탑엔지니어링은 30%나 올랐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철저히 실적에 따라 평가받는 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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