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환율 오름세 걱정되는 추석 물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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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 17면

은행에서 1달러를 바꾸려면 1100원 넘게 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의 마감 환율도 지난 26일 연중 최고치에 바짝 다가선 1089원이었다. 전문가들이 800원대 환율 시대가 올 것이라 얘기했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환율이 오르면 기러기 아빠의 시름만 커지는 게 아니다. 가계와 기업이 모두 불확실성과 위험에 노출된다. 당장 추석 물가부터 걱정스럽다.

환율 급등, 즉 원화 가치 급락을 불러온 원인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고전적 분석에 따르면 밖으로는 달러가 국제적으로 강세로 돌아서고, 안으로는 경기선행·동행지수 6개월 연속 하락한 데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이른바 G3의 달러 방어가 한계를 드러내고, 국내에선 수출 호조로 달러가 넘쳐나면서 외국인의 주식·채권 투자 자금이 빠져 나가지 않을 경우 환율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이다.

그렇지만 속사정은 더 복잡한 듯하다. 외환시장은 지난 몇 년 파생상품이 휘젓고 다닌 곳이다. 다른 시장처럼 외환시장 역시 쏠림 현상이 극심했다. 수출업체들은 선물환 거래로 3~4년치 달러를 팔아버렸다. 환율이 더 떨어질 테니 미리 팔고 나중에 갚자는 계산이었다. 예상이 빗나간 요즘 수출업체들은 빈손이나 다름없다. 외환시장에 달러의 씨가 마른 것 자체가 과거 쏠림의 결과이고 최근 환율 급등의 원인이라고 한다.

환율이 떨어질 요인은 손꼽을 정도다. 단기 급등에 따른 반작용, 유가 하락, 당국의 개입 정도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락 요인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원화가치가 많이 떨어졌으나 2002년 4월 이후 절상분(43%)의 절반도 까먹지 않았다. 당국의 개입 역시 외환보유액 감소로 불안심리만 키울 수 있다. 유가 하락이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1일 발표될 8월 무역수지가 30억 달러 안팎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로 드러나면 환율이 다시 오를 공산이 크다. 당국 역시 1100원선 돌파를 저지하기 위해 개입하겠지만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마당에 깊숙한 개입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하는 외환보유액을 놓고도 ‘적정 규모’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번주 외환시장을 지켜보면서 ‘9월 위기설’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지 가늠해 보자.

▶이번 주
●1일 기획재정부, 세제개편안 발표 ●1일 지식경제부, 8월 수출입동향 발표 ●2일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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