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권감독원 비리 사법처리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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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원구(白源九)전증권감독원장 수뢰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증감원 간부의 뇌물수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사법처리 수위를 조절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증권감독원 朴모.柳모.沈모씨와 韓모.金모씨등 증감원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한 결과 이중 일부로부터 기업공개와 인수.
합병및 증권사 감독과정등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함께 李모 증감원부원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일부 확보하고 李부원장이 유럽출장에서 귀국하는대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안강민(安剛民)중수부장도 『증감원 간부 3~4명이 돈을 받은게 드러나고 있으며 일부는 혐의가 농후하다』고 말해 이들의 뇌물수수 혐의가 확인됐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흘리고 있다.그러나白원장등의 구속으로 월드컵 유치로 살아나던 주식시 장이 휘청거리는등 경제권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법처리 수위조절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는 것.
또 밝혀진 뇌물 금액이 적은데다 명절 때마다 인사치레로 받은것이 많아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 뇌물로 특정하기 힘들다는 점도검찰의 고민거리다.
安중수부장도 이를 의식한 듯 『더 이상의 구속자는 없을 가능성이 크며 돌출사태가 없는한 白원장 기소때 증감원 내부의 비리혐의자를 일괄 처리할 방침』이라고 다소 모호하면서도 소극적인 태도로 여론을 떠보는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 주변에선 검찰이 밝혀낸 뇌물액수가 상식에 맞지않게 너무 적어 수사의지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0개 기업체로부터 2년동안 1억1천만원을 받은 白원장을비롯,증감원 고위간부들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정도밖에 챙기지않았다는 것은 대가를 전제로 한 뇌물액수로는 너무 적다는 것이다. 공모가격을 1주당 1천원만 높게 정해도 대주주는 앉아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증감원에 대한 로비자금도 그에 상응하는 거액이 될 것이란게 증권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때문에 검찰의 수사흐름으로 보아 이번 수사도 결국 증감원등 증권계 전반에 대한 뿌리뽑기가 아닌 제한된 부분에 대한 일과성 땜질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92년에도 검찰은 상장된지 얼마 안되는 중소기업이 대거 부도난후 증감원을 수사했으나 증권사 임직원들만 형사처벌돼 정부의 강력한 로비로 증감원쪽은 사법처리를 피해갔다는 소문이 증권가에파다하게 퍼졌었다.이같은 전례로 보아 결국 이번 에도 「경제권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한다」는 법률외적인 논리에 의해 증감원의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비리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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