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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채널 지분 정부 보유는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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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공기업 보유 YTN 주식 매각 방침’을 밝힌 29일 YTN 노조원들이 서울 남대문로 본사 앞에서 ‘구본홍 사장 저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김태성 기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29일 YTN 민영화를 언급함에 따라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치닫던 YTN 사태는 한층 결정적인 변수와 맞닥뜨린 셈이 됐다.

노조 측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YTN 민영화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YTN 사측 역시 회의를 열고 “신 차관의 발언은 번복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언 경위=이날 신 차관은 문화부 정례브리핑에서 “60%에 육박하는 YTN의 공기업 지분을 전량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YTN 구본홍 사장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어째서 낙하산이냐. YTN의 더 큰 문제는 보도채널로서 지분을 정부가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신 차관은 지분 매각 방침 외에 매각 방식과 시기, 최대주주 변경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YTN이 경영상 어려움이 있을 때 정부 공기업이 구제해 준 것”이라며 “이제 경영도 정상화됐고 당시 출자한 공기업들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해서 지분 매각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주식 매각은 시장 원리에 따라 순차적으로 할 것이라며 “일괄 매각이나 장외 매각으로 특정 세력에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신 차관의 발언은 최근 꾸준히 떠돈 YTN 민영화설에 대한 정부 당국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신 차관이 “YTN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으로 공영방송이 아니다”며 YTN 채널의 ‘정체성’을 새삼 규정한 점도 주목된다. ‘미디어 공공성’ 등을 주장하면서 YTN 노조가 KBS·MBC, 언론노조 등과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식회사 YTN’의 성격을 공개적으로 못 박았다는 것이다.

◆노사 입장=사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구 사장이 노조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후 2시에 열린 실·국장 회의에서는 “민영화에는 반대한다. 신 차관의 발언을 번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성명을 통해 “신 차관의 발언은 YTN 주주사인 공기업들을 문화부 차관의 꼭두각시쯤으로 치부하는 발언이며, 직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노조가 구본홍 사장 반대 투쟁을 시작하고 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본홍씨, 청와대, 오늘 신재민 차관을 통해 YTN 지분 매각 얘기를 들고 나왔다”며 “신 차관의 오늘 발언은 노조 압박용, 구본홍 구하기가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민영화는 최근 YTN 노사 간의 주요 쟁점이기도 했다. 구 사장은 노조에 대화를 제의하며 “민영화만큼은 막겠다”고 약속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신 차관의 발언으로 민영화 플랜이 현실화될 경우, YTN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사내에는 민영화에 대해 “오히려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지지하는 입장도 있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하게 꼬일 전망이다.

◆전망=보도 전문 채널이라는 YTN의 성격상 민영화 논란은 KBS 정연주 사장 해임과 이병순 사장 취임, MBC PD수첩 사태 등에 이어 미디어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다음달 정기 국회에서 각종 미디어 현안들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YTN 내부를 떠나 정치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나 대기업의 방송산업 진출 규제 완화 등 관련 법규의 개정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신 차관 발언은 구 사장을 반대하는 노조원들에 대한 협박이거나 YTN을 특정 세력에 헐값 매각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또 문화부 관할 기관도 아닌 공기업에 매각을 종용한 것은 직권 남용일 뿐 아니라, 주식을 서둘러 팔게 하면서 해당 공기업의 손실을 유발한 만큼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YTN 관련 일지

5. 29 YTN 임시이사회, 구본홍 사장 내정

6. 24 YTN 노조,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집회’ 개최

7. 14 임시주총, 노조 실력 저지로 무산

7. 17 임시주총, 구본홍 사장 선임

7. 21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시작

7. 30 노조, 구본홍 사장 제안 찬반투표안 부결. 박경석 노조위원장 사퇴

8. 4 구본홍 사장 첫 출근 성공

8. 12 노종면 새 노조위원장 선임

8. 19 YTN 노사 끝장투표-중간투표 합의 못 하고 협상 결렬

8. 20 노조, 구본홍 사장 출근 저지 투쟁 재개

8. 29 신재민 문화부 차관, “YTN 공기업 지분 매각하겠다” 발언

이현택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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