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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의 수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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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는 듯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테니스 세계 1위 이바노비치. [뉴욕 AFP=연합뉴스]

세계랭킹 188위인 무명의 줄리 코인(26·프랑스)이 랭킹 1위 아나 이바노비치(21·세르비아)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코인은 29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메도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2라운드 경기에서 이바노비치를 2-1(6-3, 4-6, 6-3)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통상 누적 상금도 1억원 대 57억원으로 이바노비치에게 확 기우는 매치업이었지만 경기 내용은 정반대였다.

강력한 서비스로 무장한 코인은 이바노비치의 서브게임 5개를 브레이크하며 경기를 주도한 반면 다리 부상에다 엄지손가락까지 다친 이바노비치는 무기력했다. 이바노비치는 2세트에 잠시 살아나는 듯했으나 자신의 장기인 포핸드 스트로크가 힘을 내지 못해 끌려 다녔다.

1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US오픈 여자단식에서 톱시드를 받은 선수가 2회전에서 탈락한 건 오픈대회로 바뀐 1968년 이후 처음이다. 프로무대에서 철저한 무명이었던 코인에게는 최고의 날이었다.

2부 리그 격인 챌린저투어를 전전해 온 그는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예선을 통과해 메이저대회에 출전했다. 코인은 실력 있는 선수들이 일찌감치 프로로 데뷔하는 테니스 세계에서 다른 길을 걸어온 독특한 선수다. 프랑스 아미앵에서 태어나 프랑스 주니어 랭킹 8위까지 올랐던 그는 배움의 길을 택했다. 프랑스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그는 재차 미국 클림슨대학으로 옮겨 공부를 계속했다. 코인은 “운동만 하는 게 싫어 대학을 택했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니며 1주일에 세 번만 운동을 하는 나를 보고 남자친구가 좀 더 경쟁력 있는 미국에서 도전해 보라는 충고를 해줬다”고 말했다.

전미대학(NCAA) 랭킹 2위까지 올랐으나 프로와의 격차는 컸다. 2005년에야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 했다. 그는 “세계랭킹 100위에 들지 못하면 테니스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 지난달에는 테니스를 계속해야 하나 심각히 고민했다. 며칠 더 지나봐야 승리를 실감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단식 경기에선 랭킹 1위 라파엘 나달(22·스페인)이 라일러 드 하트(미국)를 꺾는 등 상위 랭커들이 무난히 3라운드에 올랐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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