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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좇다보니 총선 결과 정확히 예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총선주식시장에서 수익률 1위를 한 최성재씨

"아주 재밌었습니다. 뭐랄까, 진짜 주식 투자할 때와 같은 승부욕.투기심 같은 걸 느낄 수 있으면서 현실 정치와 연관되는 게임 같잖아요. 실제 돈을 가지고는 그렇게 과감히 못할텐데, 싹 팔았다가 왕창 사기도 하고…."

지난 17대 총선 기간 동안 인터넷 중앙일보가 운영했던 총선주식시장에서 참가자 2200여명 중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최성재(35.회사원.ID sungjaech)씨. 그는 행사 참가자 전원에게 제공된 사이버머니 40만원과 주식 10묶음(10만원 상당)을 밑천으로 57만9118원을 더 벌어들였다. 115.82%의 수익률이다. 대상과 함께 34인치 HD급 TV한 대를 부상으로 받게 된 그는 행사 참여를 통해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이런 이벤트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아직 학생이었을 때라 공부가 지루하던 참에 재밌겠다 싶어서 참여해봤죠. 그런데 그땐 후보별 주식을 묶음으로 사고 파는 방식을 잘 이해 못해서 그런지 성적이 영 신통치 않았어요. 이번엔 아마 묶음으로 사고 파는 걸 잘 이용한 게 좋은 결과를 맺은 것 같네요."

최씨는 현재 충주에 위치한 외국계 라벨원단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실제 주식 시장에도 관심은 많지만 직접 투자는 하고 있지 않단다. 400만원쯤 투자해본 적이 있는데, 30만원 가까이 손해를 보자 손을 뗐다는 것이다. "월급쟁이가 며칠 만에 수십만원을 까먹고 보니 너무 아까왔다"고 한다. 보안상 사무실에서 인터넷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근무 환경도 그가 주식과 가까이 할 수 없는 이유다.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시황을 실시간으로 계속 체크해봐야 할 텐데 그게 어렵거든요. 이번 총선주식시장도 출퇴근 전후 시간을 이용해서 집에서만 확인해볼 수 있었죠. 대신 매일 사이트에 들어가보고 거래도 자주 한 편이에요."

최씨가 최종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주식 총 239주 중엔 초우량주였던 열린우리당 것이 149주로 가장 많았다. 반면 한나라당 주식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최씨는 지난해 열린우리당이 창당하자마자 당원으로 등록한 열린우리당 열성 지지자였다. 아무리 총선주식시장이 여론조사가 아닌 일종의 예측게임이라지만 역시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최씨는 단호하게 부정했다.

"적어도 전 아녜요. 총선주식시장의 취지도 잘 살펴보고 시작했기 때문에 제가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냐와 상관없이 수익률을 목표로 거래를 했어요. 그래서 한나라당 것도 많이 사고 팔았는데, 한번 다 팔고 난 다음에 다시 사려고 하니까 어느새 매물이 없더라고요. 제 거래표를 보면 아실 거에요.나중엔 한나라당 주를 매수 대기해놓고, 사려고 무척 애썼거든요."

마지막으로 최씨는 선거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을 일깨워주는 데 총선주식시장이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며, 이런 이벤트가 많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터넷 중앙일보의 총선주식시장은 지난 2월 16일부터 4.15 총선 전날까지 58일간 개설됐다. 1997년 15대 대선 때 처음 도입된 이 사이버 모의시장은 2000년 16대 총선과 2002년 16대 대선 때도 운영돼 선거결과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한 바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았던 이번 총선주식시장에는 총 2239명의 네티즌이 참가해 수익률 다툼을 치열하게 벌였다. 첫 거래일에 4400원으로 출발했던 열린우리당 주식이 3월 들어 4000원선까지 내려갔다가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강세로 변했는가 하면, 개장 때 3400원으로 거래됐던 한나라당 주식은 탄핵 사태 후 2000원대로 떨어졌다가 박근혜 대표 취임 후 강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민노당 주식은 800원 ̄1000원대를 유지, 이번 총선에서의 선전을 예상케 했다. 실제의 총선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 최종평가액은 열린우리당 5084원, 한나라당 4047원, 민노당 334원, 민주당 301원, 자민련 134원, 기타 100원이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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