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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두 바퀴로 아침 여는 초롱초롱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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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전 6시20분, 서울 동작구 강남초등학교의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자,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날렵한 사이클 복장에 헬멧을 단단히 눌러 쓴 학생과 학부모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자전거를 타고 교문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상도터널~상도역~장승배기~노량진시장~절고개를 세 차례 왕복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이동 거리는 모두 15㎞. 마무리로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았다.

아침마다 제자들의 자전거 통학과 라이딩을 지도하는 서울 상도동 강남초등학교의 구본만 교사. [특별취재팀]

이 학교에서 일요일을 제외하고 방학을 포함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어나는 풍경이다. 녹색소년단에서 ‘자전거 타기 생활화 캠페인’의 하나로 자전거 통학과 안전교육을 결합한 현장이다. 인솔자는 이 학교의 구본만(56) 교사. 1995년 인근 삼성초교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올해로 14년째 자전거 통학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자전거 국토 순례도 하고 있다.

자전거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곤란한 일이 많았다. 자전거 행렬과 맞닥뜨린 운전자들이 짜증스럽게 고함을 지르거나, 경적을 울리는 것이 다반사였다. 자전거 행렬 중간에 버스가 마구 끼어들기도 했다. 구 교사는 “그래도 오랜 시간 꾸준히 진행한 덕에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다른 학교에서도 동참하고 싶다고 문의해 올 정도로 인식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학부모들도 이제는 든든한 후원자가 돼 안전도우미로 아이들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4학년 아들과 함께 나온 학부모 전혜정씨는 “아이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뒤로 자신감이 생기고 몸도 건강해졌다”며 “자전거 통학은 환경 교육으로도 단연 으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도로교통법이 자전거 이용자에게 불리해 자전거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다며 불만이 많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는 경우 법대로 차로로만 달릴 경우 교통사고 위험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도는 물론 자전거 전용 도로에서도 보행자와 부닥치면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구 교사는 “유럽처럼 자전거 이용자가 우선인 도로교통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경이 쓰이는 게 안전이다. 5학년 학부모 성지영씨는 최근 마을버스 운전기사에게 “아이들이 안전하고 신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손수 보냈다.

구 교사는 자전거 안전을 보장하는 법규와 제도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자전거 전용 도로는 전 구간에 걸쳐 연결돼야 하는데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탓인지 군데군데 길이 끊겨 위험하다”며 “자전거에 관심이 없는 주민이 많은 것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타도록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채인택 인물·독자부문 에디터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
김상진·양성철·김진희 기자
조은영·설은영·최경애·장치선 워크홀릭 담당기자
사진= 김성룡 기자, 양영석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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