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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 시멘트社 7700억 '파워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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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내 대형 시멘트 제조업체들과 검찰이 법률적 측면에서 힘 겨루기를 하고 있다.

동양시멘트.쌍용양회 등 7개 대형 시멘트사가 시멘트 대체품으로 떠오른 '슬래그 분말'을 생산하는 레미콘업체 두 곳에 시멘트 공급을 제한하자 검찰이 이를 불공정 담합행위로 규정하고 관련자 사법 처리에 나선 것이 발단이었다. 슬래그 분말은 철강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물질로, 시멘트와 혼합하면 '슬래그 시멘트'가 된다. 슬래그 시멘트는 일반 시멘트보다 값이 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金永哲)는 지난 22일 수사 대상자 중 실무를 총괄한 양회공업협회 부회장 이일구씨와 동양시멘트 상무 金모씨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李씨는 시멘트 공급을 줄이도록 유도해 아주산업.기초소재㈜에 슬래그 분말 생산 사업을 포기하도록 한 혐의다.

金씨는 동양시멘트가 슬래그 분말 생산 설비를 유진그룹에 매각한 뒤 이 회사에 시멘트 공급을 제한해 슬래그 분말을 생산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6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이들을 구속하느냐가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7개 시멘트 회사가 1998년과 2001년 가격 담합으로 각각 68억원과 46억원의 과징금을 낸 전력이 있고 이번에 2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얻는 이익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특히 이번 사건은 시장 진입을 막는 담합이어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발한 시멘트업계는 거물 변호사를 내세워 검찰과 일전을 치를 채비다.

동양시멘트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주력군으로 선택했다. 여기에 회사 고문 변호사인 김각영 전 검찰총장, 한부환 전 고검장 등이 측면 지원한다. 양회공업협회는 공정위 사건 경험이 많은 '바른법률'을 택했다. 명노승 전 법무부 차관의 지휘로 공정위에서 오래 근무한 판사 출신의 이명철 변호사가 실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체가 검찰에 '대항'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6개 상장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매출액에서 원가.관리비.판매비 등을 뺀 것)은 7700억원. 슬래그 분말이 싼 가격(t당 5만3000원, 시멘트는 6만3000원)을 무기로 시멘트 시장을 파고들어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장기적으로 슬래그 분말의 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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