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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感恩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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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부터 용은 기린.봉황.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의 하나다.중국인들은 용을 호랑이.사슴.뱀 등 여러 동물이 가진 무기를 두루 갖추고 무궁무진한 조화를 부리는 동물로 여겼다.특히 용은 물을 지배한다고 믿음으로써 용신(龍神)신앙은 민간 신앙뿐 아니라 각종 설화(說話)의 중요한 모티프가 됐다.
신라 문무왕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영걸(英傑)이었다.부왕(父王) 태종 무열왕을 도와 백제를 정벌했으며,왕위에 오른 뒤 고구려를 멸망시켜 삼국통일을 이뤘다.그가 재위한 21년동안은 전쟁의 연속이었다.백제.고구려 부흥세력과 싸우 는 한편 중국 당나라와도 맞싸워 이를 물리쳤다.문무왕은 또 바다를 지키기위해 노력했다.동해 바닷가에 절을 세워 불력(佛力)으로 왜구(倭寇)를 물리치려 했다.절이 완성되기 전 죽음을 맞게 되자 자신을 화장(火葬)해 동해에 장사지내면 호국(護國)의 용이 되리라 유언했다.
문무왕은 사후(死後)화장돼 동해 큰 바위 대왕암(大王巖)에 모셔졌다.아들 신문왕은 부왕이 세우던 절을 완성,감은사(感恩寺)라 이름했다.특히 금당(金堂) 기단(基壇)아래 용혈(龍穴)을파 화룡(化龍)한 문무왕이 바닷물을 따라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실제로 감은사 금당은 다른 절의 그것과 달리 H자형 받침석을 마치 돌다리처럼 만들고 그 위에 장방형 돌마루를 얹은 다음주초(柱礎)를 만들어 건물을 세움으로써 일정한 공간이 형성된 구조로 돼 있다.
문무왕의 호국의지를 받든 감은사는 황룡사.사천왕사와 더불어 신라의 대표적 호국사찰이었다.그후 어느 땐가 폐사(廢寺)가 돼지금은 그 흔적만 남았으나 국보 제112호로 지정된 웅장한 동.서 두 석탑은 아직도 그 위용을 자랑한다.이중 서탑은 지난 59년 해체 보수됐는데,당시 발견된 보련형(寶輦形)사리함과 사리장엄구는 보물 제366호로 지정돼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공개한 경주 감은사지(址) 동탑에서 발견된 금동사리함 등 유물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지금까지 발견된 사리함중 가장 정교하고 세련된 사리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금속공예에서 세계수준에 있었던 조상에 대한 자긍심(自矜心)과 못난 후손으로서의 자괴(自愧)를 함께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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