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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사리탑 디자인 확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성철(性徹)스님이 해인사 퇴설당에서 열반에 든지 3년째.다른어떤 설명도 군더더기가 돼버리는 이 큰사람을 기리는「성철대종사사리탑」이 해인사 일주문 옆에 세워진다.
원택(圓澤)스님등 성철스님문도회 주최로 스님의 깊은 뜻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우리 시대 사찰문화를 대표하는 사리탑을 남기기로 한 것.주최측은 지난 94년 12월 현상공모를 냈으나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그러던중 종교를 초월해 인간 근본의 가르침을 주었던 성철스님의 사상과 통하는 정서를 담고있는 재일(在日) 설치미술가 최재은(崔在銀.43)씨의 작품 「시간의 방향」을보게됐다.
사찰 조형물이라고하면 전통의 틀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미술의 최첨단을 걷는 설치미술가에게 사리탑 건립을 맡겼다.
고리타분한 과거의 답습이 아니라 전통적 형태를 응용해 현재 우리의 조형미를 미래에 남길 작품을 요구한 것이다.이때부터 1년여동안 崔씨의 수도생활이 시작됐다.성철스님의 자료를 수집하고전국의 사찰을 돌면서 불교 조형물을 연구하고….
기념비적인 조형물을 만들어야 함은 물론 스님의 사상까지 함축하는 탑 건립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崔씨는 『성철스님 삶 속으로 들어갈수록 너무 어마어마해 주눅이 들어 작업을 할 수 없었다』며 어려움을 말했다.성철스님이 기거하던 방에 가보니 유품이라고는 초라하다싶을 정도로 작은 불상 하나와 먹으로 그린 커다란 원 그림 하나밖에 없었다.崔씨는이를 바탕으로 가장 근본적인 형태인 원(圓)으로 스님의 수도정신을 표현하기로 했다.스님을 만나려는 사람은 먼저 삼천배를 해야 하고 이를 마치고 나면 원을 그려주었던 성철스님.제자들의 법명 또한 모두 원자(字)로 시작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담는 이 형상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성철스님의 삶에 다가가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오는 9월 착공에 들어가 열반 5주기를 맞는 98년 11월 완공될 사리탑은 해인사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국 전통의 건축재료인 돌로 만들어진다.3.5높이로 두개의 반구와 그 위에 완전한 원구를 올려놓는 형태로 하나의 현대조 각이 탑으로세워지게 되는 셈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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