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모노드라마 "즐거운 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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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이혼을 주제로 한 토크쇼 형식의 모노드라마가 공연돼 화제다.
이영란(중앙대.상명대 강사)씨의 모노드라마 『즐거운 이혼』(이헌 작.연출)은 제목부터 느낌이 심상찮다.
섣불리 이혼을 조장하는 불량한(?) 연극일 것이라는 선입견이있는가 하면,여성의 인권회복을 강조한 페미니즘 공연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분장실에서 만난 출연자 이영란씨는 대뜸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화두로 꺼낸다.『사회환경의 변화를 무시하고 이혼을 개인적 문제로만 여기거나 이혼율 급증 자체를 악(惡)으로 몰아붙이는 사회적 편견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
그는 또 『이 작품이 이혼을 조장하거나 결혼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연극으로 기대하면 오해』라면서 『제목은 잘못된 남녀관.결혼관.이혼의 편견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이헌(38)씨는 미혼남성.그는 『미혼남성이란 점에서 오히려 이혼에 대해 객관적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기대했다』며 『그러나 남녀,결혼에 대한 근원적 문제에 접근하다보니 출연자 이씨와 의견충돌이 적잖아 토론을 벌 이며 작품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기존 연극형식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그것은 토크쇼.
강연.모노드라마 사이를 마음껏 넘나든다.
처음엔 물컵을 들고 객석을 가로질러 무대에 등장한 이씨를 보고 당황해하는 관객도 있다.
남녀 관객을 무대로 불러들이거나 객석으로 들어가 결혼.이혼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TV토크쇼 진행자를 연상시킨다(실제로 그는 여성전문 케이블 동아TV 이혼상담프로그램 『즐거운 이혼』 진행을 맡고 있다).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는 독특한 형식때문에 무대와 객석의 즉흥적인 대화에 따라 매회 공연이 다르게 연출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구타당하는 여성 영자와 바람피는 남편을 둔 여성영산댁의 이야기가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짧게 펼쳐진다.
또 이씨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를 비롯해 여성에 대한그릇된 편견,여성이 가진 원시적 힘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여성학강의실 분위기를 연상케한다.
객석엔 무리지어 관람하러온 주부,중년 부부관객도 눈에 띄지만대체로 미혼여성이 많다.공연에 대한 반응에도 세대차가 있어 중년 여성들은 여성의 힘을 강조한 「늑대춤」대목에 감동받거나 영순댁 이야기에 눈물흘리지만 젊은 관객들은 토크쇼 같은 독특한 공연방식에 더 흥미로워하는 모습이다.
관객들은 대체로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확인케 한 자리였다』『이혼에 대한 나의 편견을 돌아보게 됐다』는 반응들이다.그러나 『연극이라고 보기엔 형식이 모호하고 산만하며 주제가 잘 드러난 것같지 않다』고 말하는 관 객도 있다.
30일까지 충돌소극장.764-5715.
글=이은주.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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