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드컵이제부터다>1.한국스포츠 위상제고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한국의 2002년 월드컵 유치는 국운상승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는 역사적인 쾌거다.비록 일본과 공동개최하는 「반쪽 대회」지만 21세기의 문을 여는 세계적인 스포츠 빅이벤트로 유치성공이 지니는 가치는 조금도 희석되지 않는다.그러나 유치의 기쁨에 들떠 있기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너무 많다.이 과제들은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뿐 아니라 한국스포츠와 스포츠문화의 획기적 발전을 기약하기 위한 준비과정들이다.월드컵을 중심으로 한 한국스포츠의 발전을 기약하면서 산적한 과 제들을 차례로 짚어보고 문제해결과 발전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註] 한국은 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데 이어 21세기를 여는 월드컵을 개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스포츠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됐다.그리고 월드컵을 매개로 활발한 외적 교류와 내적 성숙을 통해 위상에 걸맞은 역량을 갖춰나가게 될 것이다.
월드컵 개최는 올림픽에서 따내는 금메달의 수나 종합순위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큰 의미를 갖는다.1백70여개국이 참가하는 올림픽에서 동메달 1개라도 따내는 나라는 40개국 남짓.그러나축구를 하지 않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가맹국(1백91개국)이 유엔가입국(1백85개국)보다 많다는 점에서 「FIFA가맹국=세계」라는 등식은설득력을 지닌다.따라서 2002년까지 세계 스포츠의 초점은 월드컵 개최지인 한국을 향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 개최 준비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한국관련 정보가 지구촌곳곳에 보급될 것이고,많은 인적.물적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월드컵 유치는 국내스포츠 시장.경기력.운영능력의 급격한 확대를 가능케 할 것이다.프로축구.프로야구는 물론 농구.배구 등 인기종목에 프로 정착의 동기를 제공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마케팅 개념의 도입을 요구받음으로써 스포 츠의 선진화가 앞당겨질 것이다.
스포츠의 천국인 미국은 메이저리그.프로농구(NBA).프로풋볼(NFL)등이 세계 최대규모의 국내시장,세계 최고수준의 경기력,세계 최고의 마케팅 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화에 성공했다.축구불모지나 다름없던 미국이 94년 월드컵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잠재역량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일본프로축구리그(J리그)의 경우 한국보다 10년이나 늦게 출범했음에도 고도의 조직력과 기획능력을 통해 단숨에 인기스포츠로정착시키는데 성공했고,이미 전성기가 지나긴 했지만 여전히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는 외국선수들을 활발히 영입한 후 적극적인 대외홍보를 통해 세계적인 축구시장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코리안리그(K리그)가 경기력면에서 J리그를 앞지르고 있다해도 국제적인 위상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K리그는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경기력 제고는 물론 행정력과 시장확대를 꾀해야 하며,활발한 국제교류를 통해 폐쇄성을 탈피해야 한다.
축구선진국 스타들이 한번쯤 뛰어보고 싶은 꿈의 그라운드로 탈바꿈하지 않는한 월드컵 유치의 성과는 상당부분 잠식되고 한국축구가 세계적인 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킬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