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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인맥>2.김종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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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김종학사단」은 다시한번 비상할 것인가.『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는 물론 그 이전 작품까지 합하면 근10년간 똘똘 뭉쳐 히트작들을 양산해낸 촬영.조명.편집.음악등 제분야의 장인들이 「보스」의 새 작품에도 또다시 총집결한다.
김종학PD는 지난해 사단의 중핵인 작가 송지나와 5억원씩 출연금을 내고 10억원을 출자한 제일제당과 영상업체 「제이콤」을설립하면서 첫 작품으로 영화제작을 선언한 상태.1년6개월만에 기획을 완료,곧 제작에 착수할 그의 첫 영화는 국내 반동세력의남북한 동시쿠데타 획책에 휘말린 군인 3인조의 갈등과 사랑을 다루는 스릴러물.안성기.최민수.이정재.박근형 등 호화캐스트를 자랑하며 촬영과 효과에만 5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야심작이다.
김PD는 이 작픔의 스태프진에도 자신의 사단을 전원 투입할 계획이다.그와 사단의 변치않는 끈끈한 결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작가 송지나를 비롯,촬영에 서득원(SBS카메라부장),조연출 박창식(제이콤 제작실장),편집 조인영,조명 송문섭,음악 최경식(이상 프리랜서) 등이 그들.이들은 "모래시계"에서 보듯 팽팽돌아가는 카메라앵글,이정재의 죽음을 7분간 롱테이크로 잡아낸 편집,적시적소에 튀어나오는 장중한 음악 등으로 김PD의 묵직한연출력을 받쳐줘 엄청난 히트의 원동력이 돼왔다.
이들은 대개 80년대 중반 김PD와 인연을 맺은 이래 그의 모든 작품을 함께 하면서 「사단」이란 별칭을 얻게 됐다.국내PD중 작가나 탤런트와 콤비를 이루는 사람은 많지만 이처럼 각 분야 장인들과 사단을 결성한 연출자는 김종학 뿐이 다.이들은 서로를 「식구」라 부른다.
사단의 핵인 김종학-송지나 콤비는 87년 드라마 『퇴역전선』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8편의 드라마,1편의 영화등 전작품을함께한 환상의 한쌍이다.둘은 사회성과 흥행성의 조화에 있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
지금도 둘은 깍듯이 「송작가」「김감독님」이라 호칭하고 존대말을 고수하며 대화내용은 거의 모두 작품구상에 바친다고 한다.
이 둘을 정점으로 포진한 스태프진들은 역시 방송가에서 「날고기는」기량의 소유자들이다.서득원차장은 92년 SBS입사 이후 한해도 빠짐없이 창사특집 등 대형기획만 전담해왔고 승진 또한 가장 빨랐다.또 조인영씨는 편집분야에서는 최고대 우인 5천만원대 연봉을 받으며 역시 대하특집극만 전담하고 있다.이런 능력보유자들이 김PD라면 무조건 따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생에 값하는 경제적 보상도 무시못할 이유지만 김PD가 자신들의 능력을무조건적으로 신뢰해준다는 점이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옛말을 실천이라도 하듯이.
이들에게 김종학의 연출력이란 곧 용인술이다.김PD는 가능한한스태프 마음대로 일하게 해주는 연출자로 정평나 있다.김PD의 연출현장이 자랑하는 완벽.신속의 경제성은 여기서 비롯한다.김PD는 「PD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장인 스타일.
구태여 외곽에서 정치적으로 밀어주는 인맥을 만들지 않는 것도그런 기질 탓이다.연기자군에는 그의 사단소속이라고 할만한 사람이 없다.오로지 배역에 맞는 인물을 선정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김종학 사단은 그 명성 때문에 때로 『너희끼리 잘해봐라』는 질시를 받기도 한다.너무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나머지 다른 연출자의 작품을 할 때도 무의식중에 과거의 접근법이 튀어나오는 매너리즘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최고를 향한다』는 합의아래 모일 때마다 작품방향을 놓고 불꽃튀는 설전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 드라마의 앞날을 밝히는 좋은 자극제임이 분명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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