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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재계 ‘쌓인 감정’ 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나라당 지도부와 재계의 만남이 추진된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27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재계와 당 지도부의 간담회를 추진 중”이라고 보고했다고 윤상현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변인은 “전경련 인사들을 만나 규제개혁을 비롯해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다음주나 그 다음주쯤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남이 이뤄지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여당과 재계가 처음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CEO 출신에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여권과 재계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순탄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끼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여권에선 “재계가 몸을 너무 사린다”는 기류가 감지됐고, 재계에서도 “규제 개혁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러다 기업인이 대거 포함된 8·15 사면을 기점으로 여권에선 공개적인 비판이 터져 나왔다. “욕을 들어가면서 특별사면해 줬더니 투자는 뒷전이고 다른 기업 먹기나 자식들에게 물려주기에만 급급한 기업인이 꽤 있다”(차명진 대변인)는 논평이 나왔다.

박희태 대표도 “재벌들이 몇십조원씩 쌓아두고도 투자를 안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재계가 화답하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불만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자 대기업들이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여의도 인맥’과 접촉해 진의 파악에 나서는 한편 일부 기업 총수는 주요 당직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향후 투자 계획을 설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에도 재계가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선 ‘경제 살리기’를 위해선 기업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이번 만남을 통해 규제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의 현안과 투자 협조 방안을 협의할 방침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10년 좌파 정권 속에서 체질화된 기업의 소극적 마인드를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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