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학생들 가르치는 교육 연주에도 도움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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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0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동시 입상해 주목받았던 형제 피아니스트 임동민(28)·동혁(24)씨. 인터넷에서 도합 3만 명에 달하는 팬을 거느리며 ‘동동 브러더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들이 최근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동생 동혁씨는 27일 세계적 연주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지휘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라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하루 전인 26일 형 동민씨는 대구 계명대에 부교수로 임용됐다.

두 피아니스트가 걷고 있는 서로 다른 길을 보여 주는 듯한 풍경이다. 대구에 머물고 있는 동민씨와 26일 전화통화를 했다. 클래식 음악의 팬을 넓히고 한국 음악계의 힘을 보여 주는 데 주력했던 피아니스트가 젊은 나이에 교수로 안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전했다. 이에 대해 그는 “연주와 교육을 병행하는 걸로 봐 달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동안 일이 좀 많았다. 음악 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뉴욕(매네스 음대)에 갔는데 원하던 선생님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은 미국에서나 한국에서 똑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외국 생활이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계명대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는 얘기를 주변을 통해 들었다. 급하게 연결이 됐고 한 달 동안의 협의 끝에 지난주 최종 결정했다.”

-한창 연주할 나이인데 걱정되지 않았나.

“계명대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수락했다. 수업 시간 규정과 해외 연주 허용에서 연주자로서의 편의를 봐 주는 분위기다. 학교에서는 새로 시작하는 음악대학 혁신 프로그램에 나를 영입하는 의미도 있지만 예술가에게 활동 터전을 새롭게 만들어 준다는 뜻도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다.”

-가르치는 일은 처음일 텐데.

“공식적으로는 처음이다. 주위의 부탁을 받고 몇 명을 가르쳐 본 적은 있다. 내가 교수로 일하게 되리라는 생각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 본 적이 없지만 학생들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음악을 해석하는 걸 보면서 그 생각이 궁금했던 적도 많았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연주만큼 혹은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그들의 음악을 대하면서 나도 많이 배울 거라고 본다.”

-청중과 만날 계획은.

“9월 28일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학교 활동을 하면서 연주자로도 무대에 서는 첫 시도다. 베토벤 소나타 두 개와 리스트 소나타를 연주한다. 베토벤 소나타 음반도 9월에 나온다.”

계명대는 교수 경력이 전혀 없는 임동민씨에게 이례적으로 부교수 자리를 주며 “고급 음악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씨는 어린 시절 국내 콩쿠르를 대부분 석권하고 모스크바로 유학, 독일 하노버 음대를 거치며 차이콥스키·부조니·비오티 콩쿠르로 주목받았던 연주자다. 이 ‘스타’ 연주자의 교수 ‘데뷔’는 다음달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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