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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실망스러운 정부의 부동산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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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미분양 적체로 건설업체의 부도가 증가하는 등 주택공급 여건이 매우 악화되고 있다. 당연히 주택공급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08년 상반기 주택 건설 실적은 과거 5년 평균 수준 대비 32.4% 줄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의 주택 건설 실적 감소는 주택가격을 10.5% 올릴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시장의 불안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정부가 발표한 공급기반 강화대책은 앞으로 발생할 주택가격의 불안정을 다소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일단 시의적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의 단축은 분양시장의 침체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미분양 아파트의 환매조건부 매입은 지방에 적체된 미분양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기대효과가 실제로 주택시장에서 발휘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8·21 대책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이번 정부 대책이 주택시장의 단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시장의 기대심리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소극적 정책을 펴는 이유는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시장의 불안정으로 주택가격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주택시장을 보면 주택가격이 다시 급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더욱이 경제 전반이 부진한 데다 금리마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주택가격이 더 오를 여건도 아니다. 이 점에서 정부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신도시 건설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는 수도권의 주택가격 불안정 요인을 제거하겠지만 입지여건이 좋지않아 오히려 미분양 물량을 증대시킬 우려가 크다. 또 주택 구입이 관망세로 돌아설 경우 주택공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과도한 조세 부담, DTI(부동산담보인정비율) 규제 등과 같은 수요억제책과 금리상승 등을 감안할 때 신도시를 통한 대량 공급은 주택가격 안정 효과보다는 미분양을 늘리는 효과가 클 것이다.

공급 측면에 대한 여러 대책도 정부의 예상대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작동할지 불투명하다. 주택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과도한 종합부동산세 부담과 재건축 규제가 부분적으로 완화되었더라도 규제완화의 효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주택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상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수요를 회복시킬 수 있는 대책으로 정부가 마련한 것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확대뿐이다. 그러나 높은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모기지론을 늘린다고 쉽게 주택수요가 늘어날지 의문이다.

정부의 이번 주택공급 기반 강화 대책은 중장기적으로 해볼 만한 대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시장이 요구하고 기대하고 있는 단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주택정책은 중장기적인 큰 틀을 바탕으로 단기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지금은 중장기적인 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단기적 조정이 우선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