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네덜란드의 두 발 달린 시민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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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자전거 이용률이 가장 높은 국가, 네덜란드. 주요 도심 지역의 자전거 이용률은 50%가 넘는 수준이다. 자전거를 이용하다가 버스, 자동차, 트램 등의 교통수단으로 환승하는 비율은 60%에 달할 정도로 네덜란드인의 자전거 사랑은 대단하다.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 중에서도 가장 ‘자전거의 천국’다운 곳이다. 70만 명 이상의 인구 중 50만 명 이상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더 일상적인 교통수단이다. 시내 곳곳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있고 어디를 가든지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면 불편 없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다.
암스테르담 뿐 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도시도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신도시인 하우튼은 주택가에 주차공간을 줄이고, 녹색교통망을 완비해 노인과 어린이가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전거 도로를 완비했다. 또한 인구의 17% 이상이 학생인 교육의 도시 그로낭겐은 시청과 학교 등 공공시설에 자전거 이용을 늘이기 위한 자전거 주차장 등의 공공시설을 집중 배치하고 있다. 또한 전체 도시의 약 15% 가 자전거 도로인 델프트는 도로 확충정책을 포기하고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으로 계획하고 있을 정도로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나라’로 페달링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정책
네덜란드는 국가장기교통계획 중 승객교통중기계획의 역점사업으로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내 곳곳에 자전거 보관소와 자전거 렌트 시스템 등 자전거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 외에도 자전거와 철도, 지하철, 여객선 등의 타교통수단의 연계를 통해 이용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교통과 내에 자전거 전담부서가 있어 지방보조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모든 자전거 관련 정책은 시민자전거이용협회인 ENFB와 협의해 결정하고 추진한다.
암스테르담시는 기본적으로 자동차가 도심으로 들어오면 불편하도록 만드는 차량증가 억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동차도로의 폭을 매우 좁게 만들어 자동차가 도심에서는 속도를 낼 수 없도록 했다.또한 시내에 있는 자동차 유료 주차장을 과감하게 없앴다.
암스테르담시의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도로에서 완전히 분리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곧 자전거도로는 자전거만을 위한 도로다. 트램, 차도, 자전거도로와 보도, 4구간이 기본이다. 차도와 자전거 도로는 대부분 1차로다.
자동차는 불편하게! 자전거와 보행자는 편하게! 이것은 암스테르담을 암스테르담 답게 만드는 기본 원칙이다.

자전거 대여 시스템, 자동차보다 더 편하게
네덜란드 전국의 기차역마다 수리점을 동반한 자전거대여소를 설치해 두었다. 전국적으로 따지자면 100개 소 이상이 설치되어 있고 연회비는 년 단위 9유로 정도다. 한화로는 15,0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이다. 1회 렌트할 때, 20시간 정도 이용 가능하고 가격은 3유로 정도다. 한화로 치자면 5,000원 안팎이다. 자전거 대여소는 승강장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설치해 두고 있어서 이용자의 편리를 최대한 도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라이징 볼라드 (전자식) - 라이징 볼라드 센서 자동감지
- 허가차량이 접근할 때는 볼라드가 움직인다. 원래는 보행과 자전거만의 도로로 쓰이다가 허가된 차량이 들어오면 볼라드가 아래로 내려간다.

자전거 주차장 진입로 - 역 광장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
- 기계 시설을 이용한 2층 주차시설. 자전거 보관이 편리하다.

도심지에서는 자동차의 운행을 줄이기 위해 차로수를 축소하고, 대부분 일방통행 구역만을 만들었다. 축소된 차로 자리에 자전거도로를 추가로 건설했다. 도심지는 대부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차로와 자전거도로, 인도가 분리되어 있다. 자전거 도로에는 자전거만 다닐 수 있다.

자전거도로가 텅텅 비어 있어도 자전거도로를 따라 걷는 사람이나 자동차는 보이지 않는다. 빨간색의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만을 위한 공간이다. 도심지에는 자전거 반사판을 볼 수 있다. 앞과 뒤, 옆에서 차량과 보행자가 오는지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자전거 대여소에는 자전거카드 체크 단말기가 있다.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때는 별도의 승차권 구입이 필요하다. 전동차 내 자전거탑승 공간이 따로 있다. - 전동차 내 설치, 전동차 출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도 지정된 곳에 보관하지 않으면 견인될 수 있다.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
자전거 천국이라 불리는 암스테르담에도 자전거로 인한 문제점은 여전히 있다.
자전거가 우선적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신호등 계단에 경사로를 설치해 자전거의 통행을 편리하게 하고, 도심 곳곳에 ‘자전거 전용 신호등’과 ‘자전거 반사경’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자전거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사람들도 여전하다. 지정된 장소 외에 자전거를 주차해두는 바람에 통행해 방해가 되는 일이 곧잘 발생한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있지만 자전거 도난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2005년 기준 자전거 도난사고율은 10%인데 2010년까지 6%로 낮출 계획이고 자전거 도난 방지 프로그램을 2010년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자전거 교통사고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네덜란드 자전거협회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위해 자동차 외부에도 에어백을 장착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자동차 외부에 에어백을 장착하면 연간 자전거 사고로 사망하는 6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1,500건에 달하는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의 천국, 관심과 지원
도심 곳곳에 자전거 주차장을 완비했지만 자전거 이용객들에 비하면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자전거 주차난이 심각해 도심의 여유부지는 모두 자전거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암스테르담 중앙역에는 약 5,000대, 델프트 중앙역에는 3,500대의 자전거를 수용할 수 있고 하우튼 역과 그로닝겐역에도 자전거주차장이 완비되어 있지만 부족한 자전거 주차장 역건으로 암스테르담 중앙역에는 2008년 말까지 1만대 규모의 자전거 주차장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자전거 사고를 줄이고 수준 높은 자전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자전거 교육에도 애쓰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저학년부터 자전거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자전거 이용 규칙과 자전거 교통 표지판 등을 어린 시절부터 숙지하게 된다.
암스테르담의 자전거 도로는 중간에 끊어지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자전거로 모든 곳을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곳까지 세밀하게 검토하고 보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사진, 자료제공 : 김해시청 도로과 도시도로담당>

장치선 객원기자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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