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오바마 “관계 OK”라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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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막된 25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사진) 상원의원 진영은 “우린 단합했다”고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 측 선거전략가 데이비드 악셀로드와 힐러리 측 핵심 참모 매기 윌리엄스는 “몇몇 언론사가 단결보다는 불화에 더 관심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만 우린 전당대회 성공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와 힐러리도 같은 얘기를 했다. 오바마는 일리노이주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힐러리 부부가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힐러리는 덴버 셰러턴 호텔에 모인 지역구(뉴욕 주) 대의원들 앞에서 “민주당원이 모두 한편에 섰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한편이다. 실수하지 말라. 이제 우린 단합됐다”고 연설했다.

하지만 양측 관계는 원만하지 않다는 게 미 언론의 관측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5일 “오바마와 힐러리 측의 불신과 적대감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연설과 관련해 오바마 측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측이 대회 셋째 날(27일) 연설하는 클린턴에게 연설 주제를 외교·안보 분야로만 국한해 달라고 했기 때문에 화가 났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클린턴은 1990년대 자신이 집권했을 때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이 얼마나 다른지 강조하려 한다”며 “그는 연설에서 경제를 비롯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측도 요구 사항이 많은 힐러리 측에 불만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당의 한 중진은 힐러리 측을 ‘남태평양 전쟁이 끝났는데도 계속 싸우겠다고 하는 일본군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고 전했다. 힐러리 부부가 26, 27일 연달아 연설하는 건 힐러리 측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이는 대중의 관심을 좀 더 끌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AP통신은 밝혔다.

양측의 적대감이나 반감은 덴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클린턴 지지 대의원인 수전 캐스너는 “24일 힐러리 T셔츠를 입고 걷던 중 여섯 명이 달려들어 욕설을 퍼붓고 옷을 벗으라고 했다”며 “그래서 표를 얻겠느냐”고 말했다. 전당대회장 주변에서 기자와 만난 힐러리 지지자 애슐리 트렌타코스트(52)는 “전당대회에서 힐러리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지켜보고 오바마 지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CNN방송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에 대한 힐러리 지지층의 지지율은 6월의 75%에서 66%로 떨어졌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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