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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피부로 느끼는 ‘경제 고통지수’ 7년 만에 최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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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물가는 급등하고 취업은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보다 지방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굴뚝기업과 농업이 주력인 지방이 서울에 비해 고유가와 원자재난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더 받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고통지수는 지난달 9.0을 기록했다. 2001년 초(9.1) 수준에 육박한 것이다. 고통지수는 2002년 이후 7% 아래에서 유지돼 오다 올 들어 물가 급등과 함께 치솟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유가는 떨어졌지만 최근 환율 급등으로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도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어 국민들의 체감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에 직격탄=올 들어서는 지방의 고통지수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통상 ‘가장 살기 힘든 도시’로 꼽혀 온 서울의 지난달 고통지수는 8.8이었다. 올 1월(8.0)에 비해서는 높아졌지만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치다. 하지만 지방 대도시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광주광역시의 고통지수는 10.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인천(10.3)·대구(10.0)·대전(10.0)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광주의 실업률은 올 1월 3.4%에서 7월에는 4.5%로 급등하며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도 6.3%로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의 실업률은 4.2%에서 3.2%로 낮아졌다. 서울의 물가상승률도 7월 5%로 올 들어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고통지수가 부쩍 높아진 것은 도 단위 지자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고통지수가 급등하는 것은 우선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 탓에 고유가의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석유를 많이 쓰는 농업과 굴뚝산업이 주력인 데다 지역난방이 발달하지 않아 기름보일러 등의 사용 비중도 높다. 서울에 비해 유통업 기반도 취약해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효과도 상대적으로 작다.

건설업 부진의 여파도 컸다. 한국은행 조사국 최영준 과장은 “지방 중소기업들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원가에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미분양 물량의 증가로 지방 건설사들이 타격을 받으면서 신규 취업자 수도 급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물가가 고통의 주범=올 들어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의 트렌드’가 실업에서 물가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0년대 이후 고통지수는 주로 취업난에 영향을 받아 왔다. 하지만 올해는 물가가 주범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 포기자가 늘어나는 등 ‘착시현상’이 작용하긴 했지만 실업률은 올 들어 3%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원은 “당장의 고통은 실업이 클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물가 상승의 영향은 서울보다는 지방, 부유층보다는 저소득층이 더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고통지수(Misery Index)=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지표로 경제적 고통을 안겨주는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것이다. 비참지수로도 불린다. 엄밀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살펴보는 척도로 자주 이용된다. 1976년 미국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전에 이용하면서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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