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NO'할 수 있는 15대위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회의원은 선출직이다.임기 4년이 보장돼 있다.누구의 눈치도볼 필요가 없다.어떤 외부의 간섭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또한 의원은 임기중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법을 만들고예산심의나 국정감사등을 통해 정부를 감시한다.
다양한 계층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정치의 고유기능도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수행한다.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은 4천4백85만명의 국민을 대표한다.
이런 국회의원의 임기가 30일 시작된다.지난 4.11총선의 당선자들은 이날로 15대의원이 된다.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특히 15대의원의 임기는 2000년 5월29일까지다.임기의 대부분이 2000년을 위한 준비기인 동시에 임기중 에 2000년이 시작된다.
더구나 「무한경쟁의 지구촌경제시대」라는 21세기다.그럼에도 지금 우리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이런 대로(大路)를 두고 골목길로 다니고 있다.아직도 의원들의 주(主)무대는 국회도 아니고 정책의 토론장도 아니다.오히려 의원들은 지역구민의 결혼식 주례,상가(喪家)방문에 재선의 맥(脈)이 있다고 믿고 있다.자신의운명이 지역구민의 선택이 아니라 계파 보스의 밀실에서 결정된다고 믿는다.
그러니 의사당은 늘 비어있고 우리의 명예로운 헌법기관들은 낮에는 줄서기에,밤에는 소주냄새를 풍겨가며 지역순방하기에 여념이없는 것이다.이런 판에 의정에 전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렇다고 진흙탕같은 현실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이제 정치가 변해야 하고 국회가,의원들이 달라져야 한다.의원들은 변화에서 오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해야 한다.떳떳지 못한 정치자금과 이별해야 하고 정책으로 지역구민들에게 경쟁력을 입증해보여야 한다.자신 의 소신과 다른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노(NO)라고 말하는 소신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정치에 미래가 있다.이제 첫발을 내딛는 15대국회에서 존경받는 의원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교준 정치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