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리 5층석탑 사리함서 나온 금동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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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보 39호 경주 나원리 5층석탑 옥개석에서 지난 3월15일꺼낸 금동제 사리함(본지 3월19일자 22면)은 함 자체를 포함해 그 내용물이 모두 국보급에 해당하는 귀중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문화재관리국은 그동안 2 개월여에 걸쳐 이 사리장엄구의 1차 보존처리를 마치고 지난 21일 그 내용물을 공개했다(본지 5월22일자 1면).
4㎝ 높이의 금불상과 10.6㎝ 높이의 금동제 3층탑,8.7㎝ 높이의 금동제 9층탑 3개,4.3㎝ 크기의 목제탑,사리 15과,작은 유리구슬 5개 등이 그것이다.이들은 통일신라 시대인7세기 후반에서 8세기 후반 사이에 만들어진 것 으로 추정된다. 이중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순금불상이지만 소형 금동제 탑들도 미술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특히 3개의 금동제 9층탑(사진)은 황룡사지 9층목탑 형태를 추정할수 있는 목탑양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탑은 지붕 옥개석에 기와골,아래쪽 기단에 출입문 등이 새겨져 있어 목탑양식임이 분명히 나타난다.함께 나온 석탑 양식의금동 3층탑에 비해 바닥이 좁은데다 기단에서 상륜부까지의 비례체감이 완만해 날씬한 형태가 돋보인다.문화재관 리국 보존과학연구실 김동현 실장은 『이 금동소탑들은 황룡사지 9층목탑이 세워진 1백여년 뒤인 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고 모두 9층이라는 점에서 두 탑이 같은모양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 다.
649년 완공된 80여 높이의 황룡사지 9층탑은 고려말인 1238년 몽고침략때 소실됐다.이 탑은 현재 불교 조계종 총무원에서 복원을 추진하고 있으나 전문가들도 정확한 원형을 고증하지못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이번에 나온 금동제 소형 탑의 중요성을더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목탑으로는 법주사 팔상전이 유일하나당초 만들어졌던 통일신라 시대의 모습과는 다르기 때문이다.팔상전은 임진왜란때 불탄 뒤 조선 선조때인 1624년에 재건하면서바닥면적이 3칸이던 탑을 5칸짜리 전각으로 변 형시켰기 때문에원형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밖에 황룡사탑을 추정할 수 있는 국내 단서로는 경주 남산 탑골 바위에 새겨진 9층탑과 화엄경의 불전도가 있을 뿐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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