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對北쌀지원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무조건 재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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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주민의 비참한 생활상에 접하면서,우리는 무엇보다도 따뜻한민족애와 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인도주의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6.25의 아픔이 제 아무리 크다 해도 이제는 화해와 협력,아량과 자비를 나누어야 할 때지 미움과 증오의 세월로 일관할 때가 아니다.
대북(對北)지원은 다음과 같은 현실적.전략적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첫째,통일의 시기를 앞당기면서 통일 이후의 갈등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남한은 북한에 비해 94년도 국민총생산(GNP)에서 17.8배,무역량에서는 63배나 크다.이같은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면 격차 해소를 위해 우리가 부담해야할 경제적.
사회적 비용은 너무나 크다.따라서 북한에 쌀지원을 포함해 다각도의 경제지원을 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북한을 돕는 동시에 우리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통일시기가 향후 15년내에 오지 않으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이 방해 또는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그런데 최근에 정부가 보여온 정책은 이러한 전망이별로 감안되지 않은 것 같다.따라서 대북관계는 남한의 승리와 북한의 패배를 상정하는 정치적 속성보다는 비용의 최소화와 이익의 극대화를 본질로 하는 경제적 합리성에 입각,장기적 관점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대북관계를 주도하고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주지하다시피 중국과 일본은 우리보다 3배가 넘는 50만씩의 쌀을 북한에 보냈고 미국과 각종 국제기관은 인도주의를 앞세워 대북지원을 고창(高唱)하고 있다.마치 우리 정부만 비인도적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결국 이대로 가다가는 핵협상 때와 같이 우리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돈만 대고 생색은 강대국들이내 국제적인 위신이 또 한번 실추될 것이다.
따라서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앞장서서 능동적으로 대북지원을 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를 취하면서 대북관계 주도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셋째,국민적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도 대북지원을 중단해선 안된다.지난해의 쌀지원이 문제가 된 결정적 원인은 협상과정,시기와방법,사후처리의 오류등 정부의 잘못 때문이었다.그런데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과 외화 자체의 부족 때문에 수 입도 불가능해군량미마저 민수용으로 전용해야할 형편이고 군에 대한 배급량도 줄였다.이에 우리가 부족량의 4%에 불과한 15만을 북한에 지원하면서 군량미로의 전용을 우려하는 것도 문제다.그렇게도 걱정이 된다면 라면도 보내지 말았어야 하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강대국에 의한 북한시장의 선점.잠식을 막고,북한의개혁.개방을 위해서도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지금 북한엔 미국.
일본.독일.홍콩.대만,심지어 태국의 녹슬리사등 개발도상국들의 기업도 대거 진출해 우리 기업이 진출해야 할 분 야까지 선점하고 있다.그리고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가급적 정치와 연계되지 않는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경제지원.교류.협력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도 부정해선 안된다.
「단안(單眼)」보다는 「복안(複眼)」적이어야 하고(權五琦부총리의 취임사),원칙은 단호하지만 방법은 유연한 정책철학을 북한에 적용해야 한다.
장원석 단국대교수.농업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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