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 인류학자 세계화에서 희망 찾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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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 15면

많은 사람은 세계화와 민족주의를 서로 배치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의 논리만이 중시되는 ‘세계화’는 문화의 동질성만을 강요하며, 민족의 전통과 역사를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죠. 그들에게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는 세계화를 강요하는 자본의 상징이 됩니다. 토머스 L 프리드먼의 베스트셀러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그런 긴장과 갈등의 구조를 잘 조명해 줍니다.

인도 출신으로 미국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세계화는 미국 중심의 문화제국주의이며, 따라서 필연적으로 미국식 문화 동질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단선화된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오히려 세계화가 사람과 정보·기술·자본·이념들이 끊임없이 국경을 뛰어넘어 이동하며 역동성을 불러일으키는 ‘희망의 물결’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문화란 중심국에서 주변국으로,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며 상호 작용을 통해 새로운 문화가 수용되고 창조된다”는 것입니다.

국제적인 문화 교류가 창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일은 오래된 추세입니다. 대만의 영화감독 허우샤오셴은 일본 영화의 3대 거장 중 하나인 오즈 야스지로에게 보내는 오마주(경의)로 영화 ‘카페 뤼미에르’를 2003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의 주 무대인 도쿄는 ‘이방인’ 허우 감독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고 과거의 오즈 역시 재창조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신 지향적인 인도 문화와 자본 지향적인 미국 문화를 함께 겪은 아파두라이의 저작은 현대문화의 거시적 흐름을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