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브르셀라시에 빠진 42.195㎞ 케냐 ‘검은 철각’들 월계관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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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이봉주(삼성전자)와 우승을 다툴 유력 후보로는 새미 완지루, 마틴 렐, 로버트 체루이요트(이상 케냐), 무바라크 샤미(카타르), 압데라힘 굼리(모로코), 체가예 케베데(에티오피아) 등을 꼽을 수 있다. 하나같이 검은 대륙 출신의 철각이다.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금메달 후보로 꼽은 렐은 올 시즌 2위 기록(2시간5분15초) 보유자다. 1월 세계 최고기록(2시간4분53초)을 세운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베이징의 대기오염을 이유로 마라톤 출전을 포기하면서 렐이 우승 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 렐 외에도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8분53초) 보유자 완지루, 보스턴 마라톤 4회(2003, 2006~2008년) 우승자 체루이요트까지 ‘케냐 3인방’ 중 누구 하나 만만한 선수가 없다.

최근 기록만 살펴보면 케냐 선수들의 우세가 점쳐진다. 렐에 이어 완지루는 올 시즌 2시간5분24초, 체루이요트는 2시간7분14초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케냐는 이제까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경험이 없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스프린트 강국’ 자메이카가 유독 올림픽 남자 100m에서만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던 것과 비슷하다. 케냐 3인방은 우사인 볼트가 조국 자메이카에 100m 첫 금메달을 안겼듯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로 레이스에 나선다.

케냐 출신으로 카타르에 귀화한 샤미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우승자이자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준우승자다.

또 모로코의 굼리는 게브르셀라시에·렐·완지루에 이어 올 시즌 4위 기록(2시간5분30초) 보유자다. 케베데는 게브르셀라시에에 이어 에티오피아 마라톤의 2인자지만 올해 파리 마라톤에서 2시간6분40초로 우승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자랑한다.

한국에서는 이봉주 외에도 김이용(35·대우자동차판매)과 이명승(29·삼성전자)이 출전한다.

오인환 삼성전자 감독은 “베이징의 날씨가 생각보다 덥지 않아 더위는 승부의 변수가 되지 않을 전망”이라며 “30km 이후 싸움에서 승부가 결정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 감독은 또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은 역대 가장 우수한 선수들이 출전해 올림픽 기록치고는 빠른 편인 2시간9~10분대가 나올 것으로 본다. 2시간5분대 기록을 갖고 있는 케냐 선수들은 15~20km 지점에서 치고 나갈 것”이라며 “코스 자체는 평탄하지만 꺾이는 지점이 많아 레이스를 치르는 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올림픽 남자 마라톤 경기는 24일 오전 8시30분 천안문광장에서 출발한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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