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400m 계주도 금, 먹잇감 발견한 맹수처럼 … 뛰었다 하면 세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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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21세기 육상 괴물’로 떠오른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가 믿기 어려운 ‘총알 질주’로 남자 400m 계주에서도 세계신기록을 토해냈다. 이번 올림픽에서만 100m, 200m에 이어 세 번째 세계신기록 겸 금메달이다.

볼트가 이끄는 자메이카 스프린트팀은 22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육상 남자 400m계주 결승에서 37초10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종전기록은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이 기록한 37초40. 이틀 전인 20일 12년 된 남자 200m 세계기록 경신으로 성이 차지 않는 듯 15년 된 400m계주 세계기록까지 바꿔버린 볼트다.

2위는 트리니다드토바고(38초06)로 무려 1초 가까이 뒤진다.

이번 올림픽 세 번째 금메달로 ‘스프린트 트레블(단거리 3관왕)’을 달성하며, 불과 22세의 나이에 육상의 전설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제시 오언스, 56년 멜버른의 보비 모로, 84년 로스앤젤레스의 칼 루이스(이상 미국)에 이어 역대 올림픽 네 번째 스프린트 트레블이다. 볼트는 지난해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타이슨 게이(미국)가 ‘스프린트 트레블’을 달성하는 걸 지켜봤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볼트는 게이의 눈앞에서 같은 타이틀을, 그것도 모두 세계신기록으로 차지했다.

준결승을 1위로 통과한 자메이카는 결승에서 5번 레인을 받았다. 1번 주자 네스타 카터가 8명 중 7번째로 스타트를 끊었다. 다소 늦은 출발이었다. 이어 2번 주자 마이클 프래터가 바통을 넘겨 받았고 자메이카는 프래터의 질주로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200m가 주 종목인 볼트는 곡선주로 담당인 3번 주자로 나섰다. 프래터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볼트는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질주했다. 3코너 곡선 주로에서 학다리 주법으로 치고 나가는 볼트의 모습은 마치 아프리카 초원을 내닫는 치타를 연상케 했다. 볼트는 앞서 달리던 인코너 선수들을 하나둘 제치기 시작했고 마지막 직선주로에 접어들었을 때는 이미 압도적 선두였다.

볼트는 바통을 앵커맨(4번 주자)인 종전 세계기록 보유자 아사파 파월에게 넘겼고,파월은 100m 스페셜리스트답게 직선주로를 경쾌하게 질주해 여유 있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트는 장난기가 발동한 듯 파월의 뒤를 따라 달리며 3관왕 등극을 자축하듯 손을 흔들었다. 관중의 시선은 트랙 옆 시계에 맞춰졌다. 파월이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시계는 37초10에서 멈췄다. 또 한번의 세계신기록. 이 장면을 지켜본 육상 팬들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

앞서 열린 여자 400m계주에서는 자메이카가 바통 터치 과정에서 실수를 하면서 레이스를 끝내지 못했다. 자메이카는 2번 주자인 섀런 심슨이 3번 주자인 캐런 스튜어트에게 바통을 건네려다 실패했다. 자세가 무너진 스튜어트가 옆 레인을 침범하더니 레이스를 포기했다. 2관왕을 노렸던 100m 우승자 셸리-앤 프레이저(1번 주자)의 질풍 같은 레이스는 허사로 돌아갔고, 200m 우승자 베로니카 캠벨-브라운(4번 주자)은 뛰어보지도 못했다. 금메달은 42초31의 러시아에 돌아갔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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