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정원자율 남용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마침내 대학정원 규제가 부분적으로 풀렸다.35년만에 맞는 명실상부한 대학자율기능의 확대고,대학정책의 새 기원을 긋는 출발이다.대학의 학생선발권은 대학고유의 자율권이다.이게 지난 오랜세월동안 규제대상이었으니 대학의 자율은 항상 공 염불이었던 것이다.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자율권을 누가 포기했던가.대학 스스로 주어진 학생선발권을 남용.오용했던 탓이다.뒷문 입학과 「우골탑」으로 상징됐던 대학부정이 대학자율권을 스스로 내놓게 했으니 자업자득이었다.
이제 새롭게 대학정원자율화를 시작하면서 지난날 악몽을 되살릴필요는 없을 것이다.정부의 대학정원자율화정책은 세단계로 나눠져있다.첫단계가 96년 발표된 계열별 정원을 통제하는 포괄승인제였고,2단계가 교육여건 연동제(連動制)다.이번 7개 사립대 자율화는 2단계에 속한다.교육여건에 맞춰 정원자율화를 평가에 따라 실시한 것이다.3단계가 99년으로 예정된 완전자율화다.
이 단계적 자율화방안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정원자율화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담보하기 위해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자율을 누릴만한 자격을 갖춘대학에 보다 양질의 교육을 해달라는 부탁이 포 함된다.때문에 대학평가기준이 느슨해선 안된다.이번의 6개 평가기준도 느슨하다는 느낌이 든다.교수 1인당 학생수를 31.9명으로 잡은 것도다음엔 좀더 죄어야 한다.교사(校舍)확보율 70%나 재단전입금.실험실습비.1인당 교육비.도서구 입비등의 수준도 상향조정해야한다. 포항공대의 경우 정원자율화에 따라 97년도 부터는 최고1천여명을 더 뽑을 수 있게 됐다.단기간에 명문대학 반열에 오른 사립대학이 한해에 1천여명을 더 뽑았을 때 과연 종전과 같은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포항 공대는 대폭 증원은 않겠다고 밝혔다.자율권의 남용보다는 교육의 경쟁력에 치중하는 노력을 이번 자율권을 부여받은 대학들이 솔선수범으로 보여 준다면 대학자율화는 더욱 촉진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