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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에도 남다른 정성과 책임감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이혼을 더이상 팔자 사나운 일부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된 우리의 현실에서 재혼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는건 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김흥한)가 21일 창립 40주년 기념으로마련한 심포지엄 「재혼,그 또다른 시작」은 그간 사회통념상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재혼에 대한 논의의 장을 펼쳐놓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상담소측이 지난 한햇동안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재혼부부 6백28쌍중 86%는 전 배우자와 이혼한뒤 새출발한 사람들.연령대도 여자는 30대가 42%로 가장 많았고 남자도 30대가 32.2%,40대가 32.6%로 대부분이어서 최근 급증한 20~30대의 이혼이 청장년층 재혼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재혼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선택적 대안으로 「일반화」된 현재까지도 재혼을 둘러싼 갖가지 부정적 시각들은 엄연히 살아남아 문제를 야기한다.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인 조옥라(서강대 인류학과)교수는 『한국사회처럼 인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에서 이같은 주변의 과도한 관심에 움츠러들다보면 재혼부부들이 안정된 생활을 꾸려나가는데 적지않은 지장을 받게된다』고 말했다.따라 서 재혼부부들은 친척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들에게 성원을 보낼 수 있는 지원자들을 만들어 심리적 안정을 찾으라는게 조교수의 조언.
외부여건뿐 아니라 가족 내부의 문제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특히 심각한 것이 자녀문제.상담사례 분석결과 재혼 여성의 24%가 전처 자녀들을 키우고 있었고 부인이 전남편과 낳은 아이들을데리고 사는 남성도 20%에 달했다.
전처 자녀를 키우는 재혼여성의 경우 계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기위해 과도한 역할 수행을 감당해야 하는데다 재산이 많은집안에선 상속문제와 관련,자녀들과의 경쟁적 관계에 놓이게 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의 곽배희 부소장은 재혼부부들에게 결혼생활에 대한 남다른 책임감을 가질 것을 충고했다.실제로 재혼이 파탄에 이르러 다시 이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특히남자의 경우 재혼 1년미만에 다시 이혼하는 사람 도 17%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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