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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성] 아이들에게 자유를 돌려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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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1925~2003)은 평생을 아이들 쪽에 서 있었던 교사다. 그는 43년 동안 선생님으로 살면서 어린이 문학 세우기와 우리말 살리기에 힘을 쏟았다. 어린이가 보고 느낀 대로 쓸 수 있는 글짓기 교육, 번역투가 아닌 우리 생활이 살아 있는 글쓰기 운동을 신앙처럼 온 몸으로 실천하다 갔다.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 그는 충주 무너미마을 고든박골 흙집에서 나무처럼 산처럼 살고 있었다. 노환이 깊은 그에게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젊은이들의 함성은 신화이자 기적이며 혁명이었다. 붉은 악마들이 외치는‘대한민국’소리는 45년 8월 15일 ‘해방’의 소리와 비슷했고 그는 이 폭발성의 근원을 분명하게 알아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원고지를 잡았다. “우리 온 겨레가 일상의 나날에서 정말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서 이런 힘이 터져나와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유고를 묶은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가 이오덕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씀이 되었다.

“우리 사회가 참으로 견디기 힘들고 고치기 어려운 억압의 구조, 억누르고 억눌려 있는 틀로 꼼짝 못하게 꽉 짜여 있다…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교육 때문이다. 이 땅의 교육은 이 괴상한 계층사회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진행돼 왔다.”

국민의 숨통을 막는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병들고 마지막 표현의 수단으로 제 목숨을 끊는다. 지금까지 해온 교육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없다. 아이를 잡는 노예교육·살인교육의 길을 거부하고 참교육의 길을 찾아가자고 그는 썼다.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은 “생명을 억눌러 가두지 말고 풀어놓아주는 것, 오직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붉은 악마들의 고함소리는 희망이요 빛이었을 것이다. 뜨거운 정열, 스스로 하는 행동, 자연스럽게 이뤄가는 질서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 억눌린 자리에서 풀려난 청소년들이 비로소 자유롭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교육을 바꾸는 방법을 그는 명쾌하게 요약한다. ‘학벌로 사람 값을 매기고 사람을 쓰는 망국 풍조를 하루빨리 뜯어고치고 그런 억압 장치로 아이들을 가르쳐온 교육자와 부모가 생각을 바꿀 것. ’

이오덕 선생이 지상에 떨군 맨 나중 한마디가 우리 가슴을 울린다. “아이들을 사람답게 자라나도록 하는 일, 이것이 우리 겨레가 스스로 해방되는 길이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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