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밀수에 세관원은 괴로워-장비.인원 부끄러운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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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끝없이 밀려드는 밀수.국제화.개방화 시대에 걸맞게 밀수의 수법도 다양해지고 첨단화되고 있다.대상도 달라졌다.전에는 농.수.축산물이 주류를 이뤘지만 요즘은 보석 등 고가품이나 뱀과 같은 「보신용」또는 마약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녘.중국 쪽에서 배 한척이 모터를 끈채 서해의 한 무인도로 스며든다.선원 몇명이 수십개의 사과 상자를 섬에 집어던지고 가버린다.부서진 상자 속에서 기어나온 것은 뱀.며칠 후 땅꾼들이 찾아와 섬 구석구■ 에 숨어있는 뱀들을 잡아 유유히 사라져 간다」.
공포영화의 장면이 아니다.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밀수의 현장이다.
반면 오가는 사람은 엄청나게 늘어 체크가 쉽지 않다.
작년 11월 말.김포 세관원들은 거동이 수상한 프랜시스(30.나이지리아)와 캐서린(21.여.미국)의 몸을 샅샅이 뒤졌지만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급기야 X-레이 검사.놀랍게도 두 사람의 위속에는 71개의 콘돔에 담긴 헤로인 7 백이 차곡차곡담겨있었다.시가로 물경 21억원어치.
태국에서 수입된 4개의 직조기용 롤러 속에 무려 시가 2백23억원 상당의 헤로인 22㎏이 들어있던 일이 있었는가 하면 값비싼 컴퓨터 부품을 싼 물건처럼 위장해 수입하려다 적발된 적도있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뱀을 상자에 담아 들여오다 감시정에발각되자 바다에 버리고 달아나는 바람에 이 상자가 조류에 밀려일본에까지 도착한 해프닝도 있었다.
이처럼 수법은 다양하지만 사람은 「턱없이」부족하다.최소한 2천여명의 요원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란다.장비가 넉넉한 것도 아니다.마약류는 정보에 의존하는 경우가많다.마약견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여성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여성 감시원을 늘렸지만 아직 10명에 불과하다.
이렇듯 80년대의 장비와 인원으로 「첨단 밀수」와 싸워야 하는게 우리 세관원들이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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