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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KBS "신TV문학관" '길위의 날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KBS는 12일 일요일밤 황금시간대(9시45분)에 『신TV문학관-길위의 날들』을 방영했다.이는 「통속극 범람」이란 비판에대한 반격으로 자체 제작한 TV영화에 대한 자신감과 공영방송의자긍심을 나타낸 것이었다.
장기모범수로 10년만에 3일간 귀향휴가를 떠나는 주인공 정씨(김영기 분)는 그동안 변한 세태를 이방인처럼 바라본다.이 작품은 정씨의 눈에 비친 현대 한국현실의 시적 초상이다.이 속에기존의 상투적 드라마는 없다.많은 영화들이 남의 삶을 본인보다더 세밀히 묘사하고 편견적 주장도 하지만 이 작품은 오해를 살만큼 인물에 접근하지 않는다.
김홍종 감독은 항상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제3자적 관점에서 묘사할 뿐 작품속에 묘사된 일상성의 해석은 관객의 삶의 체험과 깊이.감성에 맡긴다.따라서 이 작품은 지적인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정씨의 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어떤 경로로 살인자가 됐는지,또는 살인자가 아니라 피해자인지도 밝히지 않는다.주인공의 과거묘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여로의 초상을 그리려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가식적 몸짓.대사를 배제,진지하고 완만하게 사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그러나 그속엔 많은 상징성과 강력한 시적감동이 있다.
중견다큐멘터리작가 김옥영의 드라마 데뷔작으로 주제의 진실성,구성의 참신성,대사의 단순성이 빛난다.촬영담당자 김수남의 시적이고 감성적인 카메라감각은 인상적인 영상미를 창조해 내고 있다.국내TV프로의 수작으로 KBS가 공영방송의 위상 을 되찾게 해준 작품이다.
정용탁 한양대교수.영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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