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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10대><전문가좌담>14.끝.시리즈를 끝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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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일보는 90년대 청소년들의 새로운 의식과 가치관및 생활문화를 살펴보고 기성세대와의 조화를 도모하는 길을 찾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신10대-사이버세대들의 낮과 밤」시리즈를 13회에 걸쳐 연재해 왔다.이제 시리즈를 끝내며 신 10대들을 21세기의 주역으로 키워나갈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청소년 전문가들과 함께 마무리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자註] *좌담 참석자姜 智 遠 사법연수원 교수 韓 駿 相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崔胤 眞 중앙대 청소년학과 교수 趙 庸 秀 LG경제硏 수석연구원金 玉 順 청소년문화硏 실장 尹 莊 老 삼성고등학교 교사 ▶趙연구원=90년대 청소년들은 한마디로 정보화.사이버(CYBER)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멀티미디어.PC통신.인터네트등 어른들이 이전에 전혀 접해보지 못했거나 적응하지 못한 정보화시대를 자연스럽게 향유하고 있는 것이죠.과거엔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다릅니다.어쩌면 신10대들은 어른들로부터 지혜와 경험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수혜(受惠)의 세대에서 탈피한 최초의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韓교수=신10대는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에 태어난세대들로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열매를 맺은 환경에서자랐습니다.
무엇보다 80년대 후반 정착된 민주화는 권위주의가 붕괴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이런 환경은 자신감과 개방적이고 탄력적인 사고방식이란 긍정적인 모습도 가져왔지만 극단적 이기주의및 전통윤리의 무시등 부정적인 경향도 낳았습니다.
▶崔교수=말씀하신대로 요즘 10대들의 특성은 시대적.사회적 변화와 연관지어 생각해봐야 합니다.우선 생존권 차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공동체를 우선시했던 이전의 산업화세대와 달리 개인의 이상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 자기만족.자기표현 우선의 세대인 것이죠.
▶趙연구원=신10대들의 또다른 특징중 하나는 국제적 동질화(同質化)입니다.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미국.일본의 아이들과 똑같이 맥도널드.나이키.인터네트.MTV.닌텐도에 친숙합니다.그 어느 때보다 소비.생활패턴은 물론 문화와 가치관에서 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는 의미죠.바로 인터네트.위성TV.다국적 기업들의막강한 영향력이 만든 결과입니다.
▶金실장=90년대의 10대들에게만 발견되는 특성이 분명 있긴해도 새롭고 극단적인 신경향을 모든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것처럼일반화시켜 적용하려는 것은 위험한 접근입니다.변하는 주변환경에적응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전의 10대들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현재의 기성세대인 30여년전의 청소년들도 농경사회에서본격적인 산업화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까.아이들의 자기표현도 다양해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창의적인 개성이 아니라 이전 보다 조금 세분된 동질화의 형태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姜교수=과거의 10대와 90년대 청소년들이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바로 정보의 벽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사회가 「영상매체시대」「멀티미디어」시대를 거쳐 정보화시대로 들어서면서 수천년간 유지돼온 세대간.지역간 정보의 장벽이 무 너져버린 것이죠.바로 이때문에 어른들에 대한 아이들의 신비감은 거의 사라져버렸습니다.
반대로 어른들은 『고유영역을 침범당했다』는 피해의식에다 자신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 아이들에게 반감을느낍니다.
▶趙연구원=지적하신대로 문제는 10대들과 기성세대간의 이해부족입니다.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 로널드 잉글하트 교수가 43개국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세대간 가치관의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밝혀졌습니다.그 이유는 우리나 라 기성세대들이 윗세대에 대한 저항이나 거부 또는 다양성 추구등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도 있죠.
또 획일주의.집단주의에 대한 집착이나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특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지혜와 경험의 전승(傳承)이 불가능해져 통제가 안되는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일례로 산업화시대때의 상징물인 TV.
라디오등 전자기기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정보화시대의 산물인 컴퓨터는 배워야만 돼죠.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아이들은 이미 능숙하지만 어른들은 아직도 대다수가 컴맹입니다.
▶崔교수=어른들과 10대들의 괴리감은 문화적 연속성의 단절에서 출발합니다.그동안 우리 사회를 수십년간 지탱해온 목표는 바로 하나,즉 궁핍에서의 탈출.민주화 쟁취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달성된 환경에 사는 신10대들에게는 그런 것들에 대한 강요는 무의미한 것이 돼버린 거죠.한마디로 삶의 목적과 가치관이 아주 많이 달라졌다고 할 수있습니다.
▶姜교수=물론 어느 시대나 세대간의 갈등은 있었습니다.그러나90년대의 세대간 갈등은 한마디로 순응주의.권위주의.집단주의및남녀차별적인 성향의 수직적 사고와 민주적이고 파격.개인주의.남녀평등적인 수평적 사고간의 충돌현상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韓교수=부모 세대와 아이들간의 거리감은 사실 자신들이 이루지 못한 이상적인 모습을 자식들에게 투영시키려는 부모들의 무리한 욕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요.아이와의 대화단절이혹 부모들의 성과(成果)우선주의가 불러온 필연이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崔교수=청소년들이 달라진 환경속에서 성장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고민은 이전과 비슷합니다.바로 입시.이성.친구간의갈등과 같은 문제들이죠.하지만 『잘 살아보자』『민주화된 세상을만들어보자』는 식의 시대적.사회적 동기부여가 점차 사라지면서 목표의식 상실이 원인이 되는 각종 궤도이탈 행위가 증가하는 것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입니다.
▶金실장=지금의 청소년들은 같은 반 친구조차 경쟁상대로 의식해야 하는 극단적인 적자생존의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때문에 『남에게 단점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쫓겨 욕구를 발산하는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민과 감정조차 스스 로 자제해야 할 만큼 억압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姜교수=억압적이고 경쟁적인 사회분위기에서 나타나는 90년대청소년들의 이탈행위는 두가지 양상으로 양극화되고 있습니다.
포악형 비행(非行)의 증가가 그 하나입니다.사실 학원폭력등 최근 청소년범죄의 양태는 돈 빼앗고 위세를 부리기 위한 「목적형」이라기보다는 남을 괴롭혀서 쾌감을 얻는 「심리적 만족형」이대부분입니다.특히 오늘날 청소년폭력은 TV.비디 오등 무차별한폭력정보의 공개화와 대중화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약물복용.자살.자해행위와 같은 심약형 비행과 탈선입니다.
***교내외 폭력 날로 확산 ▶尹교사=일선 교육현장에서 볼 때 아이들에게 가장 큰 위협은 역시 교내외 폭력입니다.그 양상도 소수그룹이 다중(多衆)을 폭행하는 일대다(一對多)형태에서 폭행당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또다시 폭행하는 형태로 변형되고 있습니다.또 이유 없는 집단 따돌림인 이른바 「이지메」현상도 점차 확산되는 실정이죠.특히 직접적으로 신체를 위해하는 경우는아직 드물지만 지시거부.언어폭력등을 통한 노골화된 교권(敎權)도전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韓교수=아직 청소년범죄의 양상은 떼를 지어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는 「스트리트 갱(Street Gang)」유형이 대부분이지만 10대 해커등 첨단기기를 이용한 「사이버」형 범죄도 새롭게 등장한데 주목해야 합니다.
이른바 지능형.정보형 범죄인 이런 유형의 범죄는 죄의식도 덜할뿐더러 통제가 안될 경우 개인적인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국가적인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金실장=무엇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입시 스트레스를 해결해줄 적절한 대안이 없다는게 10대들에겐 가장 큰 위협입니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청소년문제가 입시.무차별적 경쟁의 중압감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강박관념이나 반대로 낙오하는 데서 생기는이탈감에서 발생하는 것 아닙니까.
▶崔교수=갈수록 개방화되는 청소년들의 이성관계를 수용하지 못하면서도 향락적.퇴폐적으로만 치닫는 기성세대의 기형적인 성(性)문화가 10대들의 성적(性的)이탈과 비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합니다.
***교과목 현실성 살려야 ▶姜교수=어쨌든 우리 사회는 갈수록 정보가 넘쳐나고 비밀이 없어지는 사회로 진입중이며 아이들은이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하고 있습니다.따라서 성인들은 교육을 통해 과잉 정보시대에서 올바른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능력을 키워 줘야 합니다.
▶金실장=요즘 기성세대들이 얼마나 정보화시대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고 아이들을 제대로 준비시키고 있는지 의문입니다.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인터네트에서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음란물 정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정보의 양(量)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질(質)도 일정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趙연구원=청소년들이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사회적 투자가 시급합니다.예컨대 일하는 어머니의 급증등 급변하는 가정환경에 맞춰 가정교육을 대체.보완해주는 기관이나 프로그램,그리고 청소년 놀이공간을 대폭 확충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국제화시대에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의 문물에 무작정 휩쓸리지 않도록 우리 문화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韓교수=오늘의 10대들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필요하나 우리 교육 현실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지금이야말로 아이들이 선호하는 재즈등 실용 음악이나 연극등을 정규 교과목에 포함시키는등 발상 의 전환이 절실한 시기입니다.창의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다원화사회가 바로 눈앞에 열리고 있는데 언제까지 우리 아이들을 입시형 인간으로 옭아매놓을 것입니까.
[정리=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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