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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는 악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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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두산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불참한다고 18일 전격 발표했다. 이로써 올해 인수합병(M&A) 최대 매물로 꼽히는 대우조선의 인수전은 GS·한화·포스코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두산은 이날 증권시장 공시를 통해 “신규사업 진출과 기존 핵심사업 강화라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고민하다 주력사업에 집중하기로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대신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노르웨이의 대형 덤프트럭 생산업체인 목시엔지니어링을 5500만 유로(약 850억원)에 인수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세계적 건설장비업체 밥캣의 인수를 주도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 의지를 공언해 왔다.

두산 관계자는 “세계 경기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큰 덩치의 기업을 섣불리 인수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 인수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의 이런 방침이 증시에 전해지자 두산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0.28% 떨어진 와중에도 두산건설(7.5% 상승)·두산인프라코어(3.1%)와 두산중공업(2.3%), 두산(1.6%) 등이 오름세였다.

반면 대우조선 인수 후보인 포스코·GS·한화 계열사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포스코는 1.4% 떨어졌고, GS(-0.8%)와 GS홈쇼핑(-1.5%)도 각각 코스피·코스닥지수 평균 하락률보다 더 떨어졌다. 한화(-3.1%)·한화석화(-7.2%)의 낙폭은 더 컸다. 우리투자증권의 이훈 연구위원은 “어디든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당장엔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등의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후보업체들은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태세다. 포스코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은 에너지사업에 대우조선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 분야의 세계 1위고,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해양플랜트에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의 LNG터미널·LNG발전회사와 결합해 2018년께엔 매출 100조원(철강 70조원, 비철강 30조원)의 비전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S 역시 대우조선 인수로 육상·해상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의 플랜트 기업이 되겠다는 복안이다. GS 측은 “GS건설이나 GS칼텍스는 이미 중동·동남아 등의 산유국에서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사업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대우조선의 에너지 선박과 해양플랜트 경쟁력를 보태면 세계 최대 플랜트 기업으로 클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를 ‘제2의 창업’으로까지 부른다. 이 회사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사장)은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만큼 경쟁사에 곁눈질하지 않고 앞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과 발전플랜트 부문은 물론 세계 최대 선박 발주처인 그리스·헝가리 등에 오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장정훈·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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