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생활부 고친 교사아버지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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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성실하고 유능한 교사로 인정받아온 서울 S초등학교 邊모(46)교사가 최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아들(11)의「자진유급」을 위해 전학 과정에서 생활기록부를 고쳤다는 게 징계사유였다.
邊교사가 다른 학교에 다니던 아들을 자신이 재직중인 학교로 전학시킨 것은 94년 말.당시 3학년이던 아들은 학습부진아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다.
邊교사는 아들을 위해선 한해 유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하게 됐고 이를 위해 아들의 생활기록부에서 3학년 기록을 지워버렸다.현행 교육법과 교육법 시행령상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교육은 유급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변 칙적인 방법을사용한 것이다.다행히 아들은 이듬해 3학년을 다시 다니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고 공부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어 올해 4학년으로 진급,재학중이다.
그러나 뒤늦게 생활기록부 변조사실이 드러나 邊교사는 지역교육청 징계위를 거쳐 시교육청 중징계위원회에 회부됐고 논란끝에 이례적으로 정상이 참작돼 경징계인 견책을 받았다.
邊교사 사건을 계기로 일선 교육계에서는 초등학교에도 학습부진아를 위한 유급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내 초등학교 2학년 이상 학생중 기초학력 부진아는 한글 1천68명,쉬운 셈 1천6백84명으로 전체의 0.
15%와 0.24%.이같은 학습부진아가 적절한 학력 보충없이 무작정 진급.진학한다는 것은 오히려 비교육적이란 지적 이다.
◇유급제 도입 주장=시교육청 징계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간부는『邊교사의 과실은 제도상의 모순에서 비롯된 것으로 징계결정을 내리면서도 안타까웠다』며 『학부모가 희망하고 교장이 교육적으로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행당초등학교 한규호(韓圭鎬)교장도 『올해부터 월반제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학습부진아들을 위한 유급제도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수학능력이 없는 학생들을 의무교육 연한 때문에 무조건 진급.진학시키는 것은 본인이나 사회를 위해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 입장=교육부 관계자는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교육은 학력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보편적인 교육이므로 굳이 유급시킬 이유가 없으며,유급제도를 마련한다 해도 객관적인 유급기준을 마련.운영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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