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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세계] 스포츠 스타 앞세워 ‘마케팅 금메달’ 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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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달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카드 수퍼스타 온 아이스’ 행사장에서 김양구 세마스포츠 마케팅본부장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SK 와이번스의 지난해 프로야구 우승은 감독과 선수·구단이 함께 일궈낸 성과였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관중을 감동시키는 스포츠 마케팅이다. SK는 홈구장 안에서 관중이 야구를 체험하는 와이번스랜드를 만들었다. 푸드코트를 넓혀 다양한 먹거리도 선보였다. 카툰네트워크와 제휴해 키즈존을 만들었다. 모아저축은행과 손잡고 팀 우승 기원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이만수 코치의 ‘팬티쇼’는 스포츠 마케팅의 압권으로 평가받았다.

SK 와이번스의 류선규 마케팅팀장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 스포츠 마케터들이 팀 우승의 숨은 주역이다. 관중은 선수들에게 신바람을 불어넣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스포츠보다 마케팅이 우선=스포츠 마케팅은 고객(관중·팬)을 끌어들이고 기업이미지를 높인다. 이 일의 주역이 스포츠 마케터다. 선수·경기·구단·대회의 인지도를 높이는 임무다. 대중에 긍정적 기업이미지를 심고, 다양한 마케팅을 하는 데 스포츠를 활용한다. 스폰서 유치, 마케팅 전략 수립·실행, 수익모델 개발, 프로모션, 이벤트 기획·홍보, 관중 동원 전략 수립 등의 일을 한다.

CJ 스포츠마케팅팀에서 골프를 맡은 김유상 대리는 신문 기사와 TV 뉴스·잡지를 모니터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연이은 회의가 뒤따른다. 회사 소속 선수들이 미국 여자골프대회(LPGA)에 출전하면 TV로 경기 생중계를 지켜보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 때때로 미국에 건너가 선수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기도 한다. 그러나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전부는 아니다.

김 대리는 “스포츠 자체에 너무 몰두하다간 마케팅 효과에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7 스3’이란 은어가 업계에 나돈다. 스포츠 마케터의 임무는 마케팅이 70%라면 스포츠가 30%라는 뜻이다. 그 때문에 스포츠 지식에다 기초적인 경영학·마케팅 식견이 필수적이다. 법무·재무·인사 등의 분야까지 두루 꿴다면 금상첨화. 해외업무가 많을 경우 외국어 구사는 기본이다.

◇금융권 채용 늘어=스포츠 마케터가 되는 데 왕도는 없다. 관련 분야에 적극성을 갖고 부딪쳐야 한다.

CJ스포츠 마케팅팀의 김동빈 대리는 ‘스마팅’(cafe.daum.net/smarting)이라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 인터넷 카페의 회원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아마추어 레이싱 대회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CJ에서의 요즘 일은 모터스포츠 마케팅이다. 같은 팀의 김유상 대리는 미국 텍사스주립대 대학원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했다. 세마스포츠의 김양구 본부장은 대학 때까지 배구선수였다. 대학원에서 스포츠 경영학을 배운 뒤 전문 스포츠 마케터의 길을 걸었다.

국내엔 스포츠 마케팅·경영에 관한 정규 학과가 흔치 않아 해외유학을 가는 이들이 많다. 현직 스포츠 마케터들도 이런 필요성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필수자격증은 아니다. 우선 아르바이트나 인턴 기회를 통해 스포츠 마케팅 실무 경험을 쌓기 시작하라고 선배들은 조언한다. 공인자격증으론 스포츠경영관리사라는 게 있다.

전문 마케팅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게 가장 단도직입적인 길이다. 광고대행사나 대기업에도 관련 인력수요가 적잖다. 근래엔 금융권 채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스포츠 마케팅에 눈을 뜨기 시작한 곳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스포츠 관련 협회나 구단도 스포츠 마케터를 구한다.

처우는 중견기업 수준이다. 기업의 스포츠 마케터들은 연조가 짧거나 직급이 낮아도 업무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장점이다. 경기가 휴일에 많이 열려 휴무를 제대로 찾아먹기 힘들다는 어려움은 있다. 경기 현장을 찾아다니려면 체력도 좋아야 한다.

채용정보회사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소득이 늘면 스포츠 산업이 커진다. 스포츠 마케터의 수요도 꾸준히 늘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철재 기자, 강윤식 인턴기자 , 자료 협조: 인크루트 www.incruit.com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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