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마음은 아이처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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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어른들은 아이의 눈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어한다.이를테면 할리우드의 만화영화를 만들어내는 주인공도,동화책을 쓰는 작가도 그 눈은 얼추 동심으로 향해 있다.유년기를 돌이켜보거나 눈앞에 놓인 아이들의 생각을 짚어보면서 우리는 짐 짓 아이들을닮고 싶어진다.어른의 옷을 입고서말이다.90년대 전반부터 자리를 굳힌 어린이를 위한 음반시장은 어른들의 그런 갈망이 하나의기폭제가 됐던 것 같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들려주어야 하나.이런 고민에 빠져있는 분들에게 어린이 크로스오버물은 한 지침이 될 수 있겠다.
모차르트도 좋고 머리 좋아지는 음악도 좋지만,그러고도 남는 여백에는 뭔가 다른 맛보기의 음악이 놓여져야 할 터다.특히 힙합이나 록음악에 반기를 드는 부모라면 크로스오버와 같은 「경계선의 음악」은 불가피한 차선의 선택이 된다.
『마음은 아이처럼(Young at Heart)』의 몇곡을 골라 들으면서 빙그레 번지는 웃음을 가누기 어려웠는데,가령 딱따구리.뽀빠이.마이티 마우스 등 「만화영화 테마곡 모음」이 그랬다.동심이란 모름지기 조금은 시끄러운 것.기분좋게 떠들썩한 이분위기가 아이들에게 썩 잘 어울리는 그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선선히 들어줄 정도의 곡인 『ABC송』도 지루하지 않게 편곡이 잘 돼 있다.무엇보다 감칠맛나는 부분은 왕년의 명가수 패티 페이지의 등장.할머니가 다 된 페이지는 「노구」를 이끌고 『창문가에 놓인 강아지』를 믿기지 않을만큼 신선하게 불러준다.멍멍대는 효과음도 일품.전형적인 미국식 연출이긴 하지만 이만큼 다채롭기도 쉽진 않다.
(음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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