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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 철수 때 1만4000명 살린 선장 유족도 초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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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63주년 8·15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인근 지역의 차량통행이 15일 오후 3시까지 제한된다. 경복궁 뜰에서 공식 행사가 열린 후 광화문 앞에서 시민과 재외동포 4만여 명이 참가하는 경축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최승식 기자]

‘디아스포라(그리스어로 ‘흩어진 사람들’이라는 의미) 코리아’란 말이 있듯 한국인은 지구촌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땀 흘리며 살아왔다.

700만을 헤아리는 재외 동포는 중국 화교와 인도인, 유대인에 다음 갈 정도로 많은 숫자다. 정부가 건국 60년을 맞아 42명의 재외동포 명예위원을 위촉하고,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한 것은 해외 각지에서 조국을 빛낸 동포들에 대한 자그마한 헌사다.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과, 이들의 후손에게 고국이 잊지 않고 있음을 알리려는 것이다. 14일 오후까지 속속 입국한 이들을 소개한다.

◇“망국의 설움 다시 겪지 않겠다”=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에는 대한해협을 건너온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일본에서 학창 생활을 보내던 재일동포 청년들은 민단이 주축이 된 재일학도의용군 642명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이 중 135명이 조국의 전장에서 산화했다. 생존자인 박병헌(80) 민단 상임고문 등 6명이 건국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

◇기개 떨친 스포츠 영웅=장훈(68)씨는 1960∼70년대를 풍미한 일본 프로야구의 대 스타다. ‘안타 제조기’란 별명의 그가 현역 시절 세운 통산 3085안타 기록은 한동안 범접하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페루에선 ‘맘보 박’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배구 감독 박만복(72)을 가리키는 애칭이다.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74년 페루로 건너간 그는 하위권을 맴돌던 페루 여자 배구 대표팀을 맡아 87년 세계선수권 우승, 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 등 세계 정상급으로 도약시켰다.

◇한국 출신 슈바이처들=외과의사인 민병준(70) 박사는 75년 우간다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에서 33년간 살며 무의촌 의료봉사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그가 현재 살고 있는 스와질랜드에서는 국왕에서 일반 국민까지 그에게 존경과 신망을 보내고 있다.

간호사이자 선교사인 백영심(46·여)씨도 94년부터 말라위에서 의료봉사에 전념해 왔다.

◇‘인종의 벽’ 뚫고 정계 진출=김창준(69)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은 61년 단돈 5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연방 하원의원을 3선이나 거친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 사례다. 그와 함께 한국을 찾는 신호범(73) 워싱턴주 상원의원은 고아 출신으로, 미군부대에서 잡일을 보는 ‘하우스보이’ 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정계 진출에 성공했다.

◇피란민 구한 미국의 영웅도=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철수 명령에 따라 레너드 라루 선장과 선원 47명은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함경남도 흥남을 출발해 경남 거제로 탈출했다.

식량과 의료진, 통역도 없는 극한 상황에서 이동 중인 선박에서 5명의 신생아 출산까지 치러가며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무사 탈출에 성공한 흥남 철수 작전은 2004년 영국 기네스북 본부로부터 ‘한 척의 배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라루 선장의 조카 바버라 엘런 라루(67·여)와 당시 선원 로버트 루니(81)도 한국 땅을 밟았다. 라루씨는 “한국이 잊지 않고 불러줘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글=예영준·채병건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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