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G마켓도 삼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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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베이의 G마켓 인수 움직임이 14일 가시화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중개몰’ 등으로 불리는 오픈마켓 시장을 미국의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이 장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인터파크는 이날 자회사인 G마켓의 지분 37%를 이베이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베이도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에 관한 ‘기업 결합 사전 심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2001년 당시 국내 1위 오픈마켓 업체인 옥션을 인수한 이베이가 현재 최대 업체인 G마켓까지 거머쥘 경우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미국계 자본의 영향력 아래에 들어간다. 지난해 오픈마켓 시장 거래액(6조7400억원) 가운데 G마켓(3조2400억원)과 옥션(2조5000억원 추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85%를 넘는다.

한국 오픈마켓 시장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우선 빠른 성장세를 꼽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 선진국인 한국에서도 오픈마켓은 특히 급팽창하는 시장이다. 4년간 오픈마켓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16%로 해마다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률(연평균 60%)의 세 배를 훌쩍 넘는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조현찬 관리기획팀장은 “여러 판매자가 한 쇼핑몰에서 경쟁하다 보니 상품 구색이 다양해지고 가격도 싸졌다”고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이베이 입장에선 한국 내 1, 2위 업체를 두루 거느리면 과당경쟁 부담을 덜고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시장을 탄탄히 다져 아시아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이베이는 2006년 아태 경영총괄본부를 서울에 설립할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한 믿음이 크다. 옥션의 홍윤희 차장은 “한국은 전자상거래 인프라 면에서 선진국이라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자본이 우리나라 차세대 유통사업인 오픈마켓 시장을 좌지우지하는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11번가’라는 브랜드로 올 들어 오픈마켓 사업에 뛰어든 SK텔레콤 측은 “이베이의 G마켓 인수가 실현될 경우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독과점 형태로 변해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들이 이베이의 공정위 기업 결합 심사 통과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뒤 공정위 심사를 받는 게 보통인데, 이베이가 사전심사를 청구한 것은 독과점 시비를 의식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오픈마켓(open market)=중개몰 또는 마켓플레이스(market place)라고도 한다. 사업자가 차려놓은 쇼핑몰에서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거래한다. 사업자는 중개 수수료로 돈을 번다.

◇이베이(eBay)=1995년 미 실리콘밸리에서 개인 경매 사이트로 출발해 10여 년 만에 세계 최대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했다. 2001년 옥션의 지분 50.4%를 1505억원에 사들였다.이후 지분을 99.9%까지 늘렸다. 지난해 글로벌 거래액은 593억5000만 달러(약 61조7000억원), 매출액은 53억6000만 달러(약 5조57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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