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10대>3.빌 게이츠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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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달 25일 오전6시30분 잠자리에서 일어난 서울마포구 K고 1년 이상원(李相沅.16)군은 눈을 부비며 침대옆에 놓인 컴퓨터 키를 두드린다.
「날씨 맑음.그러나 감성리듬이 저조한 날」.
중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해 컴퓨터통신경력 4년째인 李군은 지난해 구입한 보물1호 펜티엄 586 컴퓨터를 통해 오늘의 날씨와 「바이오 리듬」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10대 컴퓨터동호인 모임 회원인 李군은 기상후 부모님이나 화장실보다 컴퓨터를 먼저 찾는게 습관이 된지 오래다.
오후6시.집에 돌아온 李군은 밥을 먹자마자 마치 자석에 끌리듯 다시 컴퓨터에 손이 간다.
李군이 가장 좋아하는 정보는 신종 컴퓨터게임과 통신관련 프로그램들.정보를 찾기 위해 장장 10시간을 쉬지 않고 자판을 두들긴 적도 있다.
오후10시를 넘어서며 인터네트에 들어간다.미국 프로농구(NBA)를 살펴본뒤 팝음악과 각종 게임 CD롬 정보를 대충 훑어본다. 李군을 기다리는 종착역은 「인터네트 채팅룸」.각국의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소다.수많은 대화방중에서 이날 李군이들어간 곳은 첨단 컴퓨터를 소개하거나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컴퓨터기기 중개소개방」.
李군처럼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를 꿈꾸는 신 10대가 부쩍늘었다.실제로 10대들의 컴퓨터 능력은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교단에 선지 벌써 19년째인 서울 Y여고 현상길(玄相吉.42)교사는 요즘들어 부쩍 PC통신정보를 교환하는 학생들과의 단절감을 느낀다.
할 수 없이 李교사도 최근 PC통신 대화방에 들어가 「그들만의 세상」을 엿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컴퓨터가 10대들의 사고를 잠식함에 따라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외설스런 정보를 자주 찾게 되고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빠른 시간안에 처리하는 PC와 놀다보니(?)남의 말을 지긋하게 끝까지 못듣는다.
서울양천구 M중학 吳모(27.여)교사는 『빨리빨리 결론만을 추구하는 학생들의 행태는 변덕스러움과 짜증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10대 컴퓨터키드들의 생각은 의외로 균형감각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국정보문화센터 백석기(白晳基.57)교육훈련본부장은 『PC통신에 뜨는 글들을 보면 이들의 비판의식에 상당히 무게중심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김현기.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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